▲ 김성훈 교무ㆍ원광대 원불교학과
오늘 뉴스에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의 수가 삼백이십칠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인가!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들을 졸지에 생매장을 해야 하는 농민들과 살처분에 동원된 사람들의 고통은 물론이려니와, 그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도 찢겨지듯이 괴롭다. 그리고 인과보응의 이치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 과보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 생각하니 걱정과 두려움이 교차된다.

필자는 일원상서원을 품고 사는 수행인으로서 모든 성자들의 깨달음의 지혜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계행의 으뜸은 불살생이라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약 십여 년 동안 완전 채식수행을 한바 있다. 그때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고 큰 공부길을 알게 된 경험이 있다.

지금 구제역과 살처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식생활도 점진적으로 채식문화 위주로 바꿔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육식부터 가능한 대로 줄여나가고 생선도 영양가 풍부한 채식식단으로 바꿔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채식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채식식단에 대한 영양학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으면 영양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염려는, 그동안 영양학이 고기와 생선 위주로 식단을 짠다는 전제하에서 서양 중심으로 연구되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앞으로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 건강과 영양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생명, 환경생태학, 식량문제, 인성교육, 영성을 맑히는 등, 그 외도 여러 가지로 좋다는 전제하에서 연구하게 되면 인류 시민 정신문화가 크게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웃이 불행할 때 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것처럼, 환경생태학적으로 우리의 이웃인 살아 있는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 해치지 않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도 이롭고, 궁극적으로 인간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를 채우려고 내가 죽이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죽이게 할 때, 살생의 업을 짓게 되고 그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또 인간의 신체 구조는 육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학설을 미국 콜롬비아대학 헌팅건 박사가 비교해부학 논문에서 증명하였다. 육식 동물은 소장과 대장의 길이가 짧고 대장은 곧고 평평한 것이 특징이지만 채식동물은 소장과 대장이 길다. 그 이유는 육류에는 섬유질이 적고 단백질의 농도가 높으므로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채식 동물처럼 소장과 대장의 길이가 길어서 약 8.5m에 달한다. 장의 길이가 육식동물 보다 길기 때문에 우리가 먹은 고기는 장시간 장에 머무르게 되고, 그 결과 고기가 부패하여 독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소들이 암의 원인과 관련이 있고, 체내 독소 제거기능을 하는 간에 부담을 주고, 신장과 심장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바야흐로 인간이 과거와 같이 약육강식의 고등동물처럼 살아서는 인간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으며, 만물의 영장으로서 일체생령을 보호하고 미물 곤충과 금수초목까지라도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어버이 같은 마음으로 성숙되어야할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수행자에게는 채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채식문화와 수행문화는 깊은 관계가 있다.

21세기에는 수행문화가 유행하는 영성의 시대이고, 이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기 위하여 우리가 먼저 연구하고 실천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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