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시설을 지나가고 있는 차량들.

지금 우리나라 축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는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되어 3개월 만에 전남 및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전국 소·돼지 사육두수의 22%에 해당하는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 처분되었고, 정부의 살처분 보상비만 2조여 원이나 들어갔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비용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은 3조원을 넘었고 축산물가공과 관광 등에 미치는 간접피해까지 감안하면 그 경제적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이런 최악의 구제역 사태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 일부 축산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및 지속된 한파로 인한 차단 방역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전국으로 확산된 구제역을 진정시키고 아울러 재발 방지 및 2차 환경오염 문제도 철저히 점검함과 동시에 다시는 이런 재앙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구제역의 특성   口蹄疫, foot and mouth disease

구제역은 발굽이 짝수인 소, 돼지, 염소, 양, 사슴, 노루, 기린, 낙타, 하마 등의 우제류(偶蹄類)동물에 구제역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국제수역사무국(OIE) A급 가축법정전염병이다. 하지만 발굽이 홀수로 기제류(奇蹄類)동물인 말, 얼룩말, 코뿔소 등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 구제역은 급성전염병으로 지극히 전염성이 강하며 전염된 동물은 고열을 띠며 입과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고 다량의 침을 흘리는 증상을 나타내며 또한 식욕부진 증상과 다리를 질질 끄는 행동을 보이며, 전염된 가축의 치사율은 5~55%이지만 어린 동물에서는 치사율이 높아서 축산경영에 주는 경제적 손실은 대단히 크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아보면 4종류의 단백질로 구성된 정이십면체 구조로 pH 7.2~7.6에서 안정성이 크며, 4℃ 이하의 pH ≥6.7 혹은 pH ≤9.5에서 생존하며 pH ≤5.0 혹은 pH ≥11.0에서는 급속히 사멸하고, 56℃에서 30분이면 완전히 파괴되며, 소독약으로는 가성소다(2%), 구연산(0.2%), 생석회 및 전문소독제(0.1%) 등이 있다. 그리고 구제역의 전파경로는 감염 가축의 분비물 및 배설물로 바이러스가 배출되며, 배출된 바이러스는 공기에 의해 전파되기도 하며, 오염된 사료, 건초, 잔반, 우유, 정액뿐만 아니라 오염된 차량, 사람 그리고 감염된 동물에 의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제역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이 없기에 전염된 가축은 가축전염 예방법에 따라 모두 도살, 매립 및 소각하도록 되어 있으며, 감염된 가축에 대하여 치료를 하게 되면 일부 증상은 나아지나 그 자체가 병원균 매개체(carrier)가 되어 다른 동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기에 감염 가축군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의 가축까지 살처분 매몰 처리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리고 조직배양 백신에 의한 예방접종 방법은 급격한 구제역의 발생은 진정시킬 수 있으나 2주간의 항체 형성기간이 필요하고 항체 형성율도 60~70% 정도이며 또한 청정지역의 지위 상실을 감수 하여야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전까지 우리는 발생지역에서 주변지역으로의 통행제한 및 검역을 철저히 하고 이동차량 및 장비에 대해서도 소독을 철저히 하며 아울러 농가의 자체 방역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구제역의 환경 문제

구제역에 의한 환경 문제는 이동통제 방역초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석회 및 소독제 약품에 의한 토양 및 하천 오염과 오염된 가축의 살처분 매몰에 의해 발생하는 침출수의 유출에 의한 지하수, 하천 및 토양 오염이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소독방역의 소독약제에 의한 환경 문제는 외부로 노출된 오염이며 소독약제들이 환경 친화적으로 자연적 희석 및 햇빛, 미생물 등에 의해 분해, 정화되므로 심각한 문제로의 발전 가능성은 없으나 침출수 유출에 의한 지하수, 하천 및 토양의 오염은 안정화, 원상회복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사전 및 사후에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

침출수(leachate)라 하면 폐기물 매립장에서 폐기물이 썩어 흘러나오는 침출 오수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부패성 유기물 때문에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값이 대단히 높으며, 산업폐기물 매립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폐기물의 종류나 질에 따라서 각종 수질오염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사전검토를 하여 침출수 처리설비를 설치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침출수의 유출을 막기 위한 차수시트의 선정 및 시공은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가축을 살처분하여 매몰하는 경우 콘크리트로 둘러쳐서 침출수 유출에 의한 2차 오염에 대한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하여야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구제역의 경우 시간, 예산 및 처리 시스템의 문제로 붕괴와 유실이 우려되는 매몰지의 잘못된 선정, 매몰지 내부 흙다짐의 미흡, 생매장 및 살처분한 동물들의 발톱이나 뿔 등에 의해 차수 비닐 훼손에 의한 동물 사체의 핏물과 침출수의 유출문제, 침출수 및 가스에 대한 배출관의 미설치 및 주변의 배수로 및 집수조의 미설치 등의 환경적으로 부실하기 그지없는 처리를 하고 있다. 벌써 일부지역에서는 침출수의 유출로 토양과 하천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으로 보이는 현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오염으로 앞으로 침출수의 유출이 몇 십년간이나 진행될 것인지, 오염된 지하수의 확산으로 얼마나 넓은 지역을 오염시킬 것인지, 확실한 정화방법은 있는지, 새로운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은 없는지 등의 환경 재앙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앞으로 가축의 살처분 매몰시에는 최소한의 처리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매몰지는 경사지, 하천 및 습지에서 떨어진 곳에 선정토록 하며, 가축의 매몰시에 환경 및 보건 전문가 입회하에 충분히 소독 처리하여 침출수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없도록 하며, 매몰지의 가스, 침출수는 배출관을 통해 수시로 뽑아내어 하수 또는 가축분뇨처리장과 연계해 처리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전국 4,000여곳이 넘는 매몰지의 현황을 정밀히 확인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지하수, 하천 및 토양에 대한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위해 관련 법 제정, 예산의 확보 및 매몰지 종합관리계획 등의 수립도 필히 요구된다.

설 연휴 동안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고향 가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담화 발표를 접하고 한편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참 한심하고 무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많은 지역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에 정부나 지자체, 축산농가가 나름대로 열심히 방역작업을 하지마는 제도상, 시스템상의 한계를 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질병이며 전염병으로 인식하고 방역작업에 적극 협조하여 대재앙의 고비를 빨리 넘겨야 하겠다. 그리고 부실한 부분, 문제점들을 모두 뜯어 고치고 풀어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은 확실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로하고 통합하여 국가적 방역시스템의 개선과 환경대책에 전력을 쏟아야 할 이런 상황에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훤히 보이는 개헌타령이 나오고 있으니 어느 유력 일간지 사설의 마지막 구절인 '나라의 현실이 참으로 위험천만하기만 하다'가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들의 크나큰 방심과 실수로 무고한 가축들의 엄청난 희생에 따른 원성과 업장들은 물론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환경 재앙의 덩어리로 만들어 죄 없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원망과 비난의 세대, 당사자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박정배 신창원교당 창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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