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나보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아침에 어두컴컴하고 쌀쌀하더니 오늘은 제법 햇살이 거실에 많이 들어와 있다.
유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이다. 그렇다고 아주 늦게 일어나는 것도 아닌 딱 지각을 면할 정도의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다.

이런 나에게 지난 달 총부 신년법회 참석은 정말 큰 사건이었다. '올해 신년법회는 꼭 참석해야지'하며, 알람 3개를 맞춰놓고 나서 정확히 4시에 기상한 것이다.
그날의 기분은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종법사님의 신년법문이 또렷이 들어와 아주 기분 좋은 신년의 첫날이었다.
그때의 기분을 살려 최근 새벽좌선을 시작했다. 친구의 권유와 함께 원불교 교법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진 까닭이었다.

새벽좌선을 시작한 첫날 다행히 4시에 눈이 떠졌다. 5시 좌선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이미 많은 분들이 좌선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종사님께서는 좌선할 때 졸음에 빠져 무기공에 떨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사심잡념을 끓이는 것이 더 낫다고 하셨는데, 나는 한 시간 내내 수마와 싸우느라 독경은 제대로 했는지, 108배는 제대로 자세를 갖춰 했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았다.

그렇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가뿐했던 첫 새벽좌선을 마치고, 교무님께 내일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7시가 아닌가. 알람을 맞춰놓았건만 대체 누가 껐는지…. 순간 좌선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고 계셨던 교도님들의 모습이 스치며 나 자신에 대한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교무님 손 꼭 잡고 약속했던 게 바로 어제였는데…. 3일도 안 걸렸다. 하루였다. 마음의 문제가 아닌 몸의 문제였다. '이것이 습관의 무서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지도교수님은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 천도재를 지내고, 출근 후 대학교당에서 천일기도에 참석한다고 하셨다. 더욱이 800일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하신다.
'습(習)이란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은 힘들지만 그게 습관이 되면 밥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이 된다.'

교수님의 말씀이 몸의 습관을 이기지 못한 나를 질책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좌선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108배를 하면 몸이 가뿐해지는데, 습관하나 이기지 못해 그 좋은 것들을 다 놓쳤다고 생각하니 아쉬움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좌선에 나갔다. 확실히 몸이 더 편해졌다. 눈을 감고 좌선을 해도 졸음이 오지 않았다.
잠이 안오니 오히려 숨의 들고 나감에 집중이 돼 잡념이 없어지며 정신도 맑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사람이 새벽에 용케 나왔다고 칭찬도 받았다. '하하, 이렇게 새벽좌선에 나오면 백가지를 얻어갈 수 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내가 얻은 것들은 새로운 습관이 일상이 되기까지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 기분만큼은 이미 강자로 진급 한듯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