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 걸려있는 마인드 스터디. 새해 첫날, 종법사님께서 신년선물로 주신 '유무념기'이다.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게 어떻게 공부를 도와줄지 의심이 들었지만 두달째 쓰고 있는 지금 여간 유용한 게 아니다.

원불교에 입교한 후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경계와 마음공부 일 것이다. 마음공부 일기도 많이 써보고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로 시작하며 일상수행의 요법도 많이 암송했다.

하지만 나의 실제 생활에서 경계를 찾고 그 경계에 따라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한 핑계지만 순간순간 발생하는 새로운 일들과 떠오르는 생각들, 시시각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마음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나에게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서 '나 좀 봐주세요' 하며 달랑거리는 마인드스터디는 마음공부시계나 다름없다.

처음 유무념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정했을 때는 마음만 앞서 너무 큰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다.

스마트폰에서 유무념공부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내가 공부할 목록을 적어 놓고 나니 '아, 이것들만 잡으면 되겠구나'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은 나의 부질없는 욕심인 것을 몇일도 채 가지 않아 알게 됐다. 유무념 공부의 목표를 너무 크고 광범위하게 잡은 것이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려는지 생활 속에 떠오르지도 않았고 확인도 하지 않아 유무념을 체크하고 보면 무념이 너무 많아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들어 그 다음부터는 체크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역으로 바꿔 마인드스터디를 핸드폰에 달았다. '눈앞에 보이면 마음도 챙기겠지….' 그리고 광범위한 유무념이 아닌 내가 매일 지켜야 할 유무념 사항을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세부적으로 5개를 정했다.

앉을 때 다리 꼬지 않기, 밥 천천히 먹기와 같은 습관에 관한 조항과 하는 일에 대한 주인정신 갖기, 주변 사람들한테 감사한 마음 갖기 같은 마음에 관한 조항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하루 법문 1개 새기기였다.

이 다섯 가지로 정한 목록을 수첩과 핸드폰에 적어놓고 전체적인 체크는 마인드 스터디를 이용했다.

물론 매일 검정콩 버튼이 더 많이 올라가 있어 남들이 내 유무념기를 볼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념을 체크했다는 자체가 유무념의 여부를 각성했다는 뜻이기에 이것 역시 공부가 아닐까 싶다. 남들이 보면 어떠랴. 내 공부인것을….

선진님들께서는 어떻게 직접 흰콩과 검은콩을 갖고 다니며 유무념 공부를 하셨는지, 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유무념 공부는 얼마나 편하게 되어 있고 현대화 되어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좌산상사님은 "유무념은 문맹자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온 천지를 담을 수 있는 대단한 법이다. 유무념을 아는 사람은 아무리 약하고 능력이 없어도 이 세상에 못하는 것이 없다"라고 하셨다.

이토록 쉬우면서도 대단한 법을 난 왜 이제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일까. 유무념 공부야 말로 정신적인 강자로 진급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면서 제대로 무시선 무처선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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