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몸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두통이 잦아졌고 밥을 먹어도 제대로 소화가 되질 않는 느낌. 게다가 피부에는 난데없이 뾰루지들이 올라와 속을 썩이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상 원인은 한 가지다. 마음의 스트레스. 내 생활 중 무언가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내 뜻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 속을 끓이곤 한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라고 해야할까…. 일을 함에 있어 내가 말하는 방법은 더 효율적이고 이치에 맞는데 남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일 뿐만이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도 이러한 성격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같이 방을 쓰던 룸메이트의 청소습관과 시도 때도 없이 저지르는 실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친구들의 식습관과 인간관계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일방적으로 나만 느끼는 불만이기에 그 친구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고, 또 그 친구들도 나의 이런 불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도 그런 사소한 것들에 응어리가 져 건강으로 표시가 나면서 이제야 그 원인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편에 집착하고 있어 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니, 자기의 아는 바에 편착하지 말라 하셨던 대종사님의 수행품 법문이 생각이 난다. 대종사는 솔성요론에서도 한편에 착(着)하지 말라 하시며 이와 같은 법을 밝혀주셨다.

나만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마음 또한 집착이구나. 이것이 아집이며 집착임을 왜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나 또한 누군가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실수 투성이일텐데….

그동안 아상에 젖어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요즘같이 소통을 중요시 하는 시대에 내 귀를 내가 막고 다른 사람의 법을 수용하여 쓰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싶었다.

그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만 너무 관대했던 듯하다. 나의 잘못은 모두 이해하며 남의 잘못에만 엄격했던 것이 아닐까. 또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한 듯 포장하여 진정한 내 모습을 바라보지 않은 것이 아닐까.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 가장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일이야 말로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일이고, 이로써 인간관계가 아무 탈 없이 원만히 지속될 수 있는 기초단계 일 것이다.

건강이 안좋아졌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말하긴 우습지만, 이러한 겉으로의 변화가 없었다면 나 자신을 자각하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계속 사람들에게 불만만 쌓아가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집으로 뭉쳐있는 내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해진다. 또 건강한 몸이 건강한 생활을 만든다.

포장되지 않은 나 바라보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가를 반조하며, 오늘도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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