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의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사상 최악의 지진에다가 쓰나미로 시가지가 한꺼번에 전몰되는 참상, 그리고 화산폭발과 원전사고까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최악의 재앙을 다발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듯한 이런 참상을 눈앞에 바라보며 역사적인 증오의 대상이 아닌 대자연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의 나약한 인간존재로서 깊은 연민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지난 금요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TV연설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황폐해진 일본에 대해서 깊은 애도를 표하고 나서,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언어나 문화나 종교가 다를지라도 인류는 하나임을 상기 시킨다"고 말했다.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르지만 위기상황이나 배고픔이나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자 하는 욕구나 안락한 거처를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다. 이런 기본적인 생존권은 누구에게나 절실한 것이며 이 기본적인 생존권이 위협받을 때는 그 상대가 비록 원수라 할지라도 나서서 도와주고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인류애일 것이다.

일본 지진 등 대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중동사태가 집중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었기에 중동의 민주화를 위한 열기와 중동의 일부 독재자들의 패륜적인 정치상황을 보며 하루속히 중동에도 군주체제나 일인독재체제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한 채널에서는 몇 년전에 승려들과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데모를 하던 그 현장 비디오를 방영해 주었다.

일생을 수행에 전념하고자 한 승려들이 자신들을 믿고 따르는 재가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거리에 나와 학생들과 함께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정부군의 무자비한 제압으로 길바닥에 엎드린채 죽어있는 승려모습을 비롯하여 길거리에 뒹구는 시체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그리고 숨어서 끊임없이 자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으로 알리기 위해 생명을 위협 받으면서도 숨죽이며 외부와 통화를 하고 테이핑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깊은 비애감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끊임없이 한국뉴스를 통해서 굶주리는 북한의 실상을 바라보면서 권력이 뭐길래 자국민을 그렇게 희생시키면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그들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가는 데도 김일성을 우상화하고 그 가족을 우상화하며 그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지 같은 인간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그저 마음이 참담할 뿐이었다.

요즘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계의 갖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마을에 최악의 현상을 통째로 접하고 있는 심경이다.

지난 2월부터 이집트 시리아 예멘 이란 등 중동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논평과 세계각국에서 네티즌들이 중동의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는 마음으로 쓴 글 가운데 'One Humanity, one web of life, one spacecraft earth'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말하자면, 국가가 다르고 언어나 문화나 종교가 달라도 인류는 하나며,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하나의 생명의 그물망을 이루고 있는 공동운명체이며, 모든 존재들은 지구라는 한 우주선에 함께 타고 있는 같은 승객들인 셈이다.

여기서 정산종사께서 게송으로 남겨주신 동원도리 동기연계 동척사업을 상기하게 된다.'한울안 한이치에 한집안 한권속이 한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삼동윤리의 노래가 은은히 들려오는 느낌이다.

오바마 대통령 말대로 언어도 문화도 종교도 다르지만 'Humanity is one'라는 진실을 경험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삼동윤리를 이 세상에 꽃피우게 하는 일이 진정으로 희생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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