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을 고집합니다"
송사리에서 쏘가리까지, 식자재 덕유산과 텃밭에서 채취

▲ 빠가 얼큰이.

▲ 정지상, 임숙원(왼쪽) 부부.

요즘 들어 자연 음식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식만이라도 순수한 웰빙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물과 익숙한 산야초들이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은 더 없이 반갑다. 음식들로 재탄생되어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에 대해 이론이 없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식치(食治)라 했다. 그만큼 음식이 중요하다는 뜻 일게다. 이러한 정신으로 순수 웰빙 음식을 지향하고 있는 곳이 있다.

▲ 음식에 들어갈 한약재.
▲ 음식에는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이 사용된다.
익산시 평화동 사거리 오른쪽에 보이는 '얼큰이 덜큰이'다. 민물 매운탕을 전문으로 한다. 샤시문을 열고 들어서자 붉은 색 앞치마를 두른 안주인 임숙원(58)씨가 반갑게 맞는다.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물씬 풍겨난다.

"매운탕에는 수입 식자재를 전혀 사용 하지 않습니다. 반찬은 무주 덕유산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 나물과 텃밭에서 재배한 것만을 사용해요. 내 식구 먹인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하다 보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소문이 났어요."

예상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손님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남편 정지상(64)씨와 함께 무주 구천동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항상 음식점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을 비롯 이곳 주민인 사돈댁과 함께 덕유산(1614m)에 오른다. 매주 일요일이면 반복되는 일임에도 피곤한줄 모른다. 나물과 약초가 가득담긴 20∼25㎏달하는 배낭 무게는 오히려 기쁨이다. 손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늦게 까지 장사하고 그 다음날 산에 가더라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늘 신비롭습니다. 산에 가면 뭐든지 얻을게 있어요. 이런 재미로 산에 오르는 것 같아요. 현지에서 산나물 과 약초를 분류 한 다음 집에 도착해 새벽 3시까지 나물을 삶은 적도 있습니다. 손님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좋은 일이잖아요"

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식탁에 미리 준비해둔 빠가 얼큰이를 끓이기 위해 가스불을 켰다. 냄비에는 일급수에서 잡은 빠가사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구수한 냄새가 난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 비법은 마당 한편에 있는 연탄 화덕에 밤새 끊인 육수와 노르스름한 분말인 천연 조미료가 첨가되는 까닭이다.

"마늘, 다시마, 멸치, 배 등10가지를 넣고 육수를 만듭니다. 천연조미료는 덕유산 향기가 가득한 각종 견과류와 살이 통통한 자연산 표고버섯, 동충하초, 황태, 멸치, 다시마, 새우, 하수오가 사용되죠. 천연조미료는 매운탕과 반찬을 만드는데도 사용됩니다."

매운탕은 거제도가 고향인 큰형부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원광대 졸업식과 입학식을 비롯 하사관 학교 입교할 때 찾은 제주사람들은 바닷고기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물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너무 맛있다 보니 화학 조미료 사용여부를 묻는 사람까지 있다. 오해 아닌 오해라는 것이 이내 판가름 난다. 손님들은 천연 조미료를 팔라고 할 정도다. 민물고기 살 역시 탱탱하다.

"빠가사리, 메기, 구구리, 쏘가리, 꺽지는 냉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살려 놓고 팝니다. 없으면 음식으로 내 놓지 않습니다. 돈보다 손님이 우선입니다. 냉동된 음식을 맛없게 먹고 가면 다음에 오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올해는 생물이 없어 송사리와 새우만 2달간 판적이 있습니다. 물이 얼어 고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의 이런 신념은 7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허투루 음식을 내지 않는다는데 있다. 동부시장에서 자연산 생합죽을 판매하다 상권이 활발하지 않는 장소로 이전하여 모험을 감행했지만 자연산으로 승부를 걸었다. 정성스러운 손 맛은 이내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평일에 오전 11∼오후 2시, 오후 5~9시까지 찾고 있다. 상 옆에는 엄나무 순 장아찌. 곰취장아찌. 마늘장아찌, 가죽나무 순 짱아찌, 파래 무침, 봄동, 토란찜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온통 자연산 일색이다.

"저희 음식점은 채소 가격이 비싸도 반찬은 무한 리필입니다. 햇것 역시 제일 먼저 나갑니다. 가격에 개의치 않습니다. 지난해 추석이 지나고 배추 값이 비쌀 때도 김치가 떨어진 적이 없어요. 시래기를 수확하기 위해 땅을 임대하기도 했죠.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입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쯤 남편 정지상씨를 따라 넓직한 뒷 마당으로 향했다. 전통 옹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 눈에 된장, 고추장, 매실 엑기스를 직접 담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전통 옹기 옆에 붉은 통들이 줄 지어 서 있다.

하나씩 열려지는 통마다 비닐 봉지에 담아 구분해 놓은 말린 산나물들과 약초, 농작물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진안, 덕유산, 평화의 댐에서 채취한 것 등 다양했다. 음식에 사용될 약초 냄새가 향긋하다.

"약초는 소나무 담쟁이덩굴, 으름덩굴, 겨우살이, 구지뽕, 옻나무, 생강나무, 느릅나무 껍질, 인진쑥, 개다래 말린 것과 농사를 직접 지어 수확한 오가피와 황기 등이 있습니다. 고구마순, 고사리도 음식에 사용됩니다. 음식을 드시고 나면 잘 먹었다고 해요. 그것이 보람됩니다."

이들 부부는 3월 중순부터 돌미나리 채취를 시작으로 산나물과 약초 여행이 계속 된다. 이 모든 정성은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음식은 한마디로 산과 들의 정기를 선물하는 정성의 산물인지 모른다.

메뉴판에는 음식들이 소상히 소개되어 있다. 2인 이상 송사리 얼큰이(9,000원), 민물새우 얼큰이(9,000원), 송사리 수제비(10,000원), 민물새우 수제비(10,000원), 메기 얼큰이 (대 50,000원, 중 40,000원), 빠가 얼큰이(대 55,000원, 중 45,000원), 구구리 얼큰이(대 55,000원 중 45,000원), 쏘가리 얼큰이 (대 75,000원, 중 65,000원), 꺽지 얼큰이(대 55,000원, 중 45,000원), 신선한 덕유산 더덕구이(17,000원)이다.
▲ 얼큰이 덜큰이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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