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하고 복짓는 유무념 대조 공부

원불교 일기법은 일반적인 생활일기와는 달리 마음공부와 죄복결산의 결과를 기재하여 매일 매일 진급하고 은혜로운 생활을 하게 하는 공부법이다. 재가 출가교도들을 고루 훈련시키기 위하여 제정한 일기법에는 상시일기와 정기일기가 있고, 상시일기는 유무념과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를 기재한다.

유무념 대조법에서 유념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것을 말하고, 무념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 없이 하고 싶은데 끌리고 하기 싫은데 흔들려서 되는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유무념의 수를 기재할 때는 유념으로 처리한 경계수와 무념으로 처리한 경계수를 기재하는데, 일기를 처음 하는 사람은 일이 잘 되고 잘못된 것에 관계없이 마음을 챙긴 횟수가 절반 이상이면 유념으로 하고 절반 미만이면 무념으로 처리하였지만, 공부가 깊어 가면 마음을 챙긴 횟수에 관계없이 일이 잘 되고 잘못된 것으로 유념과 무념을 구분하였다. 예를 들면 30계문에 진심을 내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역경을 당할 때 생각없이 진심을 낸 것은 무념이요, 취사를 하여 진심을 내지 않은 것은 유념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유무념을 대조시키는 뜻은 잘된 일은 복이 되고 잘못된 일은 죄가 되므로, 매일 육근을 작용할 때 죄는 짓지 않고 복만 짓게 하는 방법이다.

이 공부를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일원상 진리의 신앙과 수행, 삼학팔조와 사은사요를 실천하는 것, 솔성요론과 일상수행의 요법을 수시로 대조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불신과 탐욕과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비롯하여 30계문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유무념 대조를 하는 데도 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1단계는 자신의 습관을 유무념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자기가 길들이거나 없애야할 습관을 유무념의 항목으로 정하는 것인데, 유무념공부를 처음으로 하는 사람들이 요령을 잡는데 매우 유익하고, 이미 여러 곳에서 실행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2단계는 주의심을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모든 일을 취사하는데 일단 멈추어 생각하는 주의심을 챙기며 취사하는 것을 유념으로 하고, 주의심이 없이 하는 것을 무념으로 하는 단계이다. 경계를 알아차려서 경계에 속지 않고 본래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3단계는 일의 결과를 표준으로 하는 단계이다. 주의심으로 실행하여 성공한 결과까지를 보고 유념으로 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일심상태의 지속여부를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한 단위의 일이나 한 단위의 일과에 일심상태가 지속됨을 유념으로 표준 잡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언제나 작은 가방속에 상시일기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챙기지 않아도 저절로 되실 것 같은데 여전히 공부를 하신 것이다.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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