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말이 명당이 있어서 그 명당을 얻어 조여부모의 백골을 안보하면
자손도 생기고 부귀공명이 절로 된다 하니, 적실히 그러한지 연구할 사

우리가 산행을 하다보면 양지바른 곳에 묘소가 있음을 발견하며, 명당자리라며 산수 좋은 곳에 가묘를 해두는 곳도 발견한다. 또한 별장이나 사찰을 지을 때 명당을 찾곤 한다.

1917년 11월경 정산종사는 모악산 대원사로 들어갔다. 이 산은 예로부터 진잠의 신도안, 풍기의 금계동과 함께 풍수설에 의한 명당이라 하여 피난처로 지칭되었으며, 신흥종교나 유사종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면 명당은 지기(地氣)를 간직한 영험한 곳인가? 물론 일말의 의미도 있겠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명당의 비합리적 측면이 적지 않다. 1935년 발간된 <회보> 제20호 '회설'을 보면, 부귀 공명을 소원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 하며, 이러한 소원을 이루기 위하여 산천초목에 기도하거나 명당을 찾아 선조의 묘를 잘 쓰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체 화복(禍福)의 근원은 명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알아서 짓는 바에 있다고 했다.

명당이라는 곳에 선조의 묘소를 삼고자 하는 것은 풍수예언 같은 운명론에 치우치는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태산대종사는 말하길 "혹 안다는 사람은 말하되 산수와 경치가 좋은 곳에는 사원이 있다"(〈대종경〉 서품 16장)고 하였으며, 정산종사도 도가에서 과거의 인습에 집착된 점이 많아서 일반 가정에서도 미신 행사나 풍수 예언 등에 끌리어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바라고만 앉아 있다"(〈정산종사법어〉 경의편 12장)고 하였다.

1974년 11월6일, 대산종사는 금산 제원교당 교도들과 함께 삼동원 천양원에 올라서 잔디밭에서 쉬었다. 제원교당 교도들이 말하였다. "참 좋은 명당터입니다." 대산종사 말하기를 "땅에 그 명당이 있느냐? 마음에 명당을 써야지. 앞으로는 명당이라 하지 말고 심당(心堂)이라고 하라"고 했다. 운명론에 치우치는 미신적 명당을 찾으려 말고 일체유심조를 깨닫는 심당을 찾으라는 뜻이다.

1994년 〈주세불의 자비경륜〉을 저술한 좌산종사에 의하면, 세상에는 명당이 있어 풍수지리설을 중히 알고 묘지터를 미리 잡아놓는 성향이 있다며 이에 말한다. "죄복 원리나 구원 의미로서의 명당론, 신론, 사주론, 육정육갑론 등도 이제 하나의 골동품의 의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일부 사람들이 아직껏 명당에 맹종하는 습속을 탓할 것은 아니지만 진리적이고 사실적 종교 신앙을 하는 후천개벽의 새종교에 의하면 그러한 행태는 이제 지나간 시대의 골동품을 구하는 꼴이라는 뜻이다.

명당터가 외부에 따로 있다는 미신적 신앙을 돌려 진리신앙의 전당이라면 어디나 명당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의 심당(心堂)을 찾아서 처처가 불상이니 명당이라는 우상의 상념을 벗어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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