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섬에 장사를 다녀온 4인

▲ 소태산 대종사
▲ 칠산 유건
▲ 이산 이순순
▲ 사타원 이원화

소태산대종사 빚 독촉에 시달려 채무를 청산할 결심을 하였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을 때, 외삼촌 유성국(칠산 유건)의 친구인 길룡리 이웃 천정리에 사는 이인명(이산 이순순)이 민어파시로 유명한 신안군 임자면 탈이섬으로 장사 나갈 것을 권했다. 그리하여 소태산대종사와 이인명, 유성국, 이원화가 초여름 법성포로 나가 탈이섬 가는 배를 탔다.

소태산대종사 탈이파시에 다녀온 이야기는 김형오가 이원화에게 들은 이야기를 〈원광〉 창간호 〈대종사 일사〉에 발표한 내용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대종경〉 실시품 1장의 법문을 연상케 한다.

일행은 탈이섬에 도착하여 객주집에 방을 정해 들었다. 집주인과 통성명을 하니 마침 그가 밀양 박(朴)씨라 소태산대종사와 한 일가같이 지내자며 물자도 후원하고 고기잡이 나가는 배를 알선해 주기까지 했다.

소태산대종사는 뱃사람들에게 식량 등 물자를 대주고 잡아온 고기와 교환하여 장사꾼들에게 넘기는 일을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어찌된 일인지 소태산대종사에게서 양식과 물자를 빌려 바다로 나간 고깃배는 다 위험한 일 없이 고기를 가득 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박(소태산대종사)씨 가게에서 물자를 가져가면 재수 좋다'고 소문이 돌아 석 달 정도 장사에서 상당히 돈이 모아졌다.

파시(波市)란 성어기(成魚期) 한철 형성되는 장사라 탈이섬 파시도 팔월 추석이 다가오자 썰렁하기 시작했다. 소태산대종사 일행은 장사를 마무리하고 추석을 나흘 앞두고 법성으로 출발했다.

배는 순풍에 돛 달고 달렸다. 그러나 배가 임자도 해역을 벗어나기도 전에 잔잔하고 순풍이 불던 바다에서 난데없는 폭풍이 일어났다. 그 기세가 점점 세어지자 돛대는 꺾일 듯하고 배는 나무 접시처럼 기우뚱거렸다. 성난 바닷바람은 더욱 요란해 졌다. 돛도 끊어지고 뱃장 안에는 물이 들어와 파선(破船)이 되어가자 사람들은 정신을 놓고 사공도 아주 단념한 듯 울었다.
이런 요란 중에 소태산대종사가 사공 옆으로 가 갑자기 사공의 따귀를 두세 번 불이 나게 치며 호령했다.

"정신을 놓고 울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리가 있고, 땅이 갈라져도 살 도리가 있거늘 정신을 놓으면 살 놈도 죽는다. 사람이 아무리 죽을 경우를 당할지라도 정신을 수습하여, 옛날 지은 죄를 뉘우치고 앞날의 선업을 맹세한다면, 천력(天力)을 빌어서 살 길이 열리기도 하니, 여러 사람들은 어서 정신을 차리시오."

이어서 소태산대종사는 허공을 향하여 빌었다.

"천지신명이시여, 무슨 죄로 우리를 몰살하려 하시는가요? 아마 내 죄로 인하여 무죄한 사람들까지 죽게 되는가 보니 나에게만 벌을 내리고 무죄한 저 사람들을 어서 살려 주소서!"

큰 소리로 2, 3차를 연거푸 외치니 그 음성이 온 바다에 진동하는 듯하였다. 이 외치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거친 바람은 그치고 물결도 따라 잔잔해지는 듯 하더니 바로 건너편 바다 위로 까만 무엇이 나타났다.

소태산대종사는 사공에게 물었다.

"저편에 검게 보이는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아마도 작도(鵲島)라는 섬 같습니다."

작도(까치섬)는 임자면 전장포 포구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현재는 무인도다. 배는 이렇게 불가사의하게 침몰 직전에 섬에 도착하여 추석명절이 지나고서야 배 수리가 끝나 법성으로 출발했다.

▲ 대광해수욕장에서 본 탈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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