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가스레인지 위에 차를 끊일 물을 올려놨다 까마득히 잊었던 일이 있었다.

불에 올려놨던 주전자의 물은 이미 다 닳아 없어지고 이내 주전자 타는 이상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했다.

'앗? 내가 또 잊었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일을 당하면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뭐!'하고 단정 짓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시금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제 마음을 쓰고 있다.

예전의 나는 기억력 하나만은 좋았었는데 왜 이리 됐을까?하고 자문을 해보게 됐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본다.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내 모습을 살펴봤다.

분명 유념했어야 될 일에 유념하지 못하고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하던 일을 일심으로 유념해 마무리를 지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하던 일을 놓고 중간에 다른 잡념에 빠져 일을 그르치고 만 것이다.

요즘 우리 동수원교당에서는 공부목표로 '유무념 공부 체질화'를 전교도가 실천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교당에서 다 그렇게 실천하고 있겠지만 이렇게 모두가 열심히 마음공부하고 있는데 나 또한 빠질 수 없는 일이니 함께하게 됐다.

나는 잘못된 옛 습관이 많아 그 습관을 떼어내는 공부를 하기위해 유무념란에 '잘못된 습관 떼어내기'에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고 있던 중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정확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교무님께 말씀 드렸다.

교무님께서는 '유무념계획 실천표'를 만들어 주시면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날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일기로 기록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유무념조목은 가스 사용 후 밸브 잠금과 전기 사용 후 스위치 끌 것을 정하고 계속 실행했다. '아! 정말 몰랐다' 난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이토록 유념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무념의 기록된 횟수에 그저 놀랄 뿐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전기를 사용했으면 반드시 꺼야 되는데 왜 매번 잊어버리는 건지….

가스 사용 밸브 잠금 역시 곧바로 잊어버린다. 유무념 기기에 까만 눈금하나를 또 올리며 다음엔 꼭 유념할거야 했는데도 또 무념이다.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어나는 지금의 이 상황에 조금은 짜증도 나지만 난 다시 대조한다.

단 몇일 만에 고쳐지지 않을 습관이기에 난 계속 이 공부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하고 또 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이 습관을 떼어낼 것이라고,

그리고 나면 또 다른 유무념 조목을 정해나갈 것이다. 나는 완전히 기질변화가 되도록까지 이 공부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오늘도 이 공부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신 교무님, 그리고 법신불 사은님께 감사드린다.

<전해인 교도 / 동수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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