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 허용, 종교계, 인도적 지원 호소

일본이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로 깊은 시름에 빠졌을 때 이를 위로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인류애적 행동은 세계에 진한 감동을 전했다. 그러나 그 감동은 북녘 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일본의 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이었던 정부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종교인들조차 수도도량을 등지고 정부를 향해 대북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일본 독도 도발엔 인도적 지원과 분리 대응

정부는 3월19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민항기를 통해 생수 100톤과 담요 6천장, 비상식량 등을 일본에 전달하고 "일본에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전체 지원규모를 정확히 정한 바는 없지만 일본이 필요로 하는 물자에 대해서는 상호협의를 통해 지속적 제공을 하겠다"며 추가적인 지원을 준비 중이다. 더욱이 일본은 국내에서 대지진에 피해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던 3월30일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린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오랜만에 훈풍이 불던 한·일 양국 관계를 냉각시켰다. 이는 한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거친 설전이 오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분리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인도적 지원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굶주린 북한에는 '사과 먼저'

그러나 정부의 인도주의적 태도는 적어도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분배 투명성과 함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전제로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은 검토조차 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종교계와 대북지원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 등으로 국내외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달 말 통일부가 "북한의 취약계층을 위한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방향을 선회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태도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런 발언이 있은 후 4일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현인택 통일부장관과 종교지도자들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종교계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때문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지진에 감정을 추스르고 인도적 지원을 한 것처럼 북한주민을 돕는 일도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종교인들의 충고가 정부 책임자의 귀에는 얼마나 큰 울림으로 들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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