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필수품이 됐다.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소통의 만남이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는 참으로 빠르고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컴퓨터가 없을 뿐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모른다.

흔히들 말하는 컴맹이다. 이런 나는 조금은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하지만 그동안 컴퓨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필요성을 그다지 생각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갑자기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우리 교당에는 작년 말 'DS코러스'라는 중창단이 창단됐다. 평소 음악이 좋고 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나는 바로 가입했다.

그러나 좋아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음악을 제대로 배워 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하여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고 가끔씩 제 음에 맞지 않는 엉뚱한 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다른 단원들 역시 연습시간이 짧았기에 중창단에서는 노래반주를 파트별로 컴퓨터에 올려놓았고 모두들 집에서 자기파트를 익혀오게 하는 거였다.

'아! 이를 어쩌나!' 나는 정말 고민이 됐다. 또한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원불교신문에 〈행복한 수행〉이라는 코너에 나의 글을 올리게 되면서부터다. 이때에도 워드 작업을 할 줄 모르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니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생각은 더욱 간절해졌다.

"그래! 이제라도 도전해보자. 남들보다 늦을지 몰라도 하려고만 하면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굳히고 아들한테 털어놨다. 컴퓨터를 배워 원불교 공부며 교당 까페에 들어가서 법동지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데 컴퓨터를 사야 되니 망설여진다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퇴근해 돌아온 아들이 내 앞에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이 돈으로 컴퓨터를 구입해서 어머니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하세요"하는 것이다. 생일 선물을 미리 드리는 거라면서 말이다.

와!~정말 좋다. 그리고 정말 아들이 고마웠다. 내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속 깊은 아들이 옆에 있어 행복했다. 그날 나는 곧바로 컴퓨터를 구입했고 이제는 매일 2시간씩 타자 연습도 하면서 홈페이지의 글을 읽기도 하고 노래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편리함이 있었는데 진즉에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난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연습을 한다.

띄엄띄엄 한 글자 한 글자 느리게 두드리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법문사경도 하고, 교리공부도 하고 싶다. 또 우리교당 카페에 들어가 동지들 댓글도 달아보며 법동지들과 소통하고 싶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고 웃을지 모르겠지만 늦은 나이에 원불교에 입문하여 마음공부와 더불어 많은 걸 배우고 익히며 거듭나는 내 모습을 보면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는 법신불 사은님께 감사드리며, 항상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은혜에도 감사드린다.

<전해인 교도 / 동수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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