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나는 사랑하는 내 아들을 참 많이 미워했었다. 아들은 나의 버팀목이며 끈이었다.

나는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들한테 거는 기대 또한 컸으며 기대 한 만큼 모든 것이 꼭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다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당시 큰 아들은 세무사 자격시험에 몇 번 실패를 하고나서 모든 걸 포기한 상태였으며, 작은 아들 또한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다행히 작은 아들은 갑자기 닥쳐온 위기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갔다. 어려운 고비를 참고 견디며 열심히 살아간 덕에 지금은 조그만 물류 운송 사업을 하며 큰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큰아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온순한 성격에 말이 없는 편이어서 절망 속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홀로서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라며 분가를 시켜줬다.

그동안 공부 한다고 취직시기도 놓쳐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생활하기 어려운 곤경에 처한 적도 있었다.

큰 아들은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엔 가출을 하게 됐다.

동생 모르게 집을 나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머니와 동생한테 미안하고 하루라도 빨리 직업을 구해 취직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을 떠난 것이다.

그때의 내 심정은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오로지 아들 생각 뿐, 거리에 지나가는 젊은 사람만 보면 혹 내 아들이 아닌가 하고 쫓아 따라갔고 출근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을 볼 때면 마냥 부럽기도 하고 속도 상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되돌아보며 조용히 생각하니 내가 아들한테 걸었던 기대가 너무 크고 기대한만큼 받아야 된다는 내 욕심이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 비워버리자. 마음을 비우고 그저 건강하게 옆에만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매일 매일 기도했다.

'제발 건강하게 돌아와 달라'고….

수 개월이 지나 큰아들은 밖에서 많은 고생과 경험을 겪고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아들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가족이 제일 소중 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이제부터는 가족들 걱정하지 않게 열심히 잘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한마디에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던 미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며 안쓰러워서 한동안 말을 못했다.

이제는 큰 아들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직업은 아니지만 어디에든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고 또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일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아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모든 일에 원인은 내가 먼저다.

앞으로는 어떠한 경계에도 누굴 탓하며 원망하기 보다는 나를 먼저 살피고 원인을 찾아 잘 취사 할 수 있도록 더욱 마음공부에 정진 할 것이다.

내 인생에 늦게 찾아온 원불교는 행복함 그 자체이다. 법신불사은님께 감사드린다. 동수원교당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은혜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전해인 교도 / 동수원교당>

다음호부터 중앙교구 남군산교당 이지현 교도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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