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백년 전에 쌓아올린 백제 성흥산성.

산성의 이마에 늠름한 느티나무는 수백 년 땅 속 깊숙이 뿌리내리고,

꼭 그만큼 하늘로 가지를 뻗어 올렸습니다.

언덕 위에 서서 몇 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한 켜 한 켜 나이테를 둘렀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 물길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며 이어졌습니다.

사이사이 집이 들어서고 논과 밭이 만들어졌습니다.

비산비야의 호남평야

저 들녘에 할아버지가 씨를 뿌렸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씨를 뿌렸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씨를 뿌렸습니다.

그래서 들녘은 삶의 터전이며 역사의 현장입니다.

나무는 언덕 위에 서서 몇 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개미 기어다니듯 엎드려 씨 뿌리고 거둬들이며 사는 사람들 세상을 굽어보았습니다.

늠름한 느티나무, 올해도

몇 백 번의 봄을 담아낸 연초록 빛 새잎을 피워냈습니다.

사진 · 글 /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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