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광 교무·원광대학교( 논 설 위 원 )
현대사회는 다종교 다문화 다원화시대이다. 민주사회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 종교와 사상이 어울리면서 서로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사회적 불신과 갈등, 그리고 양극화 현상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 및 현 정부 지도자는 사회적 분열 현상에 대한 해결과 사회적 소통을 위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종교와 사회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대승적 자세와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 종교계의 종교간 대화와 협력은 오랜 역사를 지닌다. 동시에 종교의 갈등 현상도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종교간 대화가 형식적인 만남을 넘어 상호 이해와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종교마다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종교윤리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종교협력 단체와 각 종교마다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이웃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에 대한 관심은 표면적이거나 종교간 협력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종교인들 간의 만남이 외교적 만남에 그치거나 종교적 헤게모니를 조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배타주의와 포괄주의가 어느 특정한 종교만이 진리이며, 구원에 이르게 하는 절대적 또는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교리체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의 다원주의는 '실천적 다원주의'를 요청한다. 인류공동체가 이루어야할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종교인은 진정성을 갖고 상호의 깊은 이해를 추구하면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신앙적 체험과 수행의 실천을 함께 공유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소통에 대한 종교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 정권만의 책임이 아닌 지속적인 문제이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이루어진 대북관련 강경정책기조의 변화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해법 차이 등은 남북 갈등과 남남갈등을 심각하게 노출시켰다. 4대강 관련 과도한 사업진행은 종교계 및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정치ㆍ경제ㆍ민생 문제 등에 대한 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빈번한 정책변화시도와 신뢰상실로 인해 다양한 사회문제는 풀리지 않고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정치 및 공직사회의 편파적 종교성향과 종교적 신념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적 행정적 개입은 종교 본연의 기조를 흔들어 종교 및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정책을 기본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의 사회참여와 정치의 종교계 이용은 두드러진 주변 현상이다. 한국 및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이 보수 기독교계의 전략적 선거운동은 종교를 정치 세력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역사적으로 어느 특정종교가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영향력이 커질 때, 사회전반에 걸쳐 사회적 규범과 종교문화를 형성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여 부와 권력을 누리게 되면 초기의 순수한 종교성이 희박해지고 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되어 일시에 위기를 맞게 된다. 종교를 정치의 도구화로 삼으려는 정권에 대한 과감한 비판정신과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교단 중심적 이기주의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통해 종교 본연의 정신과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서로가 상생하는 소통의 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토대로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양심의 소리, 올바른 실천은 사회분열의 병적 현상을 치유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순수한 종교성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지,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의 사회를 위해 종교적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일깨우고 있는지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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