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롤 모델'이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본받을 만한 사람을 정해놓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하는데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롤 모델을 정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존경받는 CEO 안철수도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다.

내가 처음 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무릎팍 도사를 통해서였다. 수더분한 말투와 외모, 선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주는 대화 내용이 무척 신선했다. 이력이 무척 특이하다. 의사를 하다가 우연히 기계어를 공부하며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해 알게 되고,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배포하게 된다. 매일 시간을 쪼개어 백신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던 그는 몇 년 후 의사를 관두고 아예 우리나라 최초로 '안철수 연구소'라는 백신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당시는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중 1999년에 체르노빌 바이러스가 터지며 우리나라에도 수 십 만대의 컴퓨터가 고장이 났는데 그 때 엄청난 이윤을 내며 이후부터 사업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하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안철수 연구소'가 한창 바쁠 때 외국 회사가 인수합병을 제의했다고 한다. 안철수 본인에게 큰 돈을 제시하면서 회사를 팔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물론 본인이야 큰돈을 받고 평생 놀면서 살 수 있지만 회사의 직원들도 직원들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바이러스가 생길 때마다 백신을 사며 외국 회사에 지불할 로열티를 생각해서 였다고 한다. 그것을 생각해서 그는 거절을 했다고 한다.

난 이런 것은 요새 보기 힘든 기업가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불교 마음공부 식으로 해석해보면 이렇게 바람없는 '이타주의'를 실현 할 때 본인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것 아닐까. 돈도 돈이지만 돈을 떠나서 말이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안철수는 자신의 기업은 잘 되고 있었지만 다른 벤처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도 살릴 수 있는 길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기업경영'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이것 역시 상당히 특이한 이력이다. 위에 말했듯 의사를 관두고 사업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인데, 기업을 하다가 기업을 더 잘 하기 위해 유학 가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 볼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떠났고 현재까지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있다가 곧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장으로 간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여러 강연을 하며 기업가의 철학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불어넣으며 한편으로 사회구조와 정치적인 문제점 또한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안철수는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중생들이 돈에 쫓겨 평생을 살고, 사랑에 울고 웃고,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해 안달하고 하는 삶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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