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의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논설위원)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어디를 가나 마음에 대한 관심들이 지극히 높아진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선수행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마음에 대한 눈을 뜨게 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1960~70년대를 기점으로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발전의 추구에 회의하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불교나 동양의 새로운 사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아시아의 마스터들을 찾아다니거나 혹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전문수행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들은 아시아의 문화적 특색을 털어내고 그들에게 맞는 수행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분위기 혹은 교단 안팎의 분위기를 살펴볼 때 분명 마음은 이 시대의 화두임에 틀림없다.

특히 미국의 경우 아시아의 독특한 종교적 분위기를 거부하고 과학적 합리적 실용주의적 마인드와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자존심만큼 그에 걸맞는 수행문화에 관심을 갖는 부류의 사람들도 상당히 생기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수행 전문집단인 비구 비구니 승단이 아니라 출가를 하지 않고 낯선 전문수행자의 복장도 하지 않고 평범한 세속생활 속에서 선수행을 하는 소위 세속적인 전통(Secular Tradition)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인들 자체의 수행공동체는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을 바탕한 스트레스 감소)과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 內觀瞑想會)인데, 이들 공통점은 위빠사나 선으로 알려진 마음챙김(mindfulness) 수행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안반수의경과 사념처경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불교 선수행의 핵심이 된다.

특히 종교적인 색채를 거부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인에게 MBSR은 MIT나 하버드대학의 메디칼센터와 연계하여 심리치료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고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선센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에도 이미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수행과 심리학 분야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확산되고 깊어지는 추세에 있다.

필자가 처음 미국에 유학이 아닌 원불교학과 교수로 발령을 받아 갔을 때 미국인들에게 한 말이 있다. 즉 미국에 불교전래는 한국처럼 불법이 대체로 중국을 통해 전래되는 것과는 달리 이미 아시아 여러나라에 걸쳐 발전된 여러 유형의 불교가 미국에 전해졌다. 그리고 미국의 독특한 과학적 합리적 실용적 마인드와 민주주의 전통이 만나서 어떤 형태의 불교로 혹은 어떤 수행 문화가 이루어질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속으로는 분명 원불교가 가장 미국 정서와 지적인 풍토에 어울리는 불교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선 수행만이 아니라 사회참여불교라고 알려진 미국인의 사회정의에 대한 강한 경향성이 반영된 아시아와는 다른 형태의 불교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불교와 불교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원불교의 현실의식 혹은 사회의식이 전통불교와는 다른 원불교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공부와 사회의식이 잘 조화된 불교의 모습이 원불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3년 이상 미국사회에서의 불교를 경험하면서 나에게는 납득가지 않은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괜찮은 선 프로그램이나 불교 심리학 워크숍 등에 참여할 때 참여비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불법은 공기나 물처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 엘리트 중심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귀족불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또한 종교색채를 거부한다는 명목이지만 그로 인해 불교수행 전반보다 마음챙김이라는 수행테크닉에 치중하여 계정혜 삼학을 고루 닦아 균형 잡힌 인격을 이루고 사회평화를 이루는 근본목적이 선명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 점에서 티벳 승려로서 나로파대학을 설립하고 샴발라를 창설한 쵸감 투룽파가 Spiritual Materialism (영성의 가치가 상업화되는 것을 의미)에 대한 경고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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