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님 법 만나 행복합니다"
지난해 교전 세 번 완독, 법문 가슴에 새겨
30년간 신앙생활, 남편 병수발도 극복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국내 3대 시장 중 하나였던 그 곳 강경의 이른 아침은 전통맛깔젓의 곰삭은 맛이 바람 끝에 전해졌다.

대전충남교구 강경교당 우미선 교도(74·사진 왼쪽)를 만나러 가는 길, 전북과 충남의 경계 따라 군산까지 이어진 금강 물길이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복도 저 너머로 길게 펼쳐져 있다.

"지금은 고희를 훌쩍 넘겼으니 30여년 대종사님 법문을 가슴에 담고 살아온 세월이지요."
그는 원불교에 입교했을 때가 마흔 넷이었다며 수줍게 말문을 연다.

"친구 하나가 동네에 살았는데 초파일날 교당에 가서 등을 켜 놓는 것을 보았어요. 훤하게 켜놓은 등에 자꾸 마음이 가서 저도 자녀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등을 켰어요."

그렇게 '자녀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등을 밝힌 그때부터 그는 교당에서 자녀들 생일기도를 빼놓지 않았다. 그의 기도 정성은 남편 이세진(76)교도와 삼남매 상훈, 현아, 현정씨 까지 일원 가족이 되게 했다.

온화한 얼굴빛에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는 그의 표정이 잠시 무겁다. 막내아들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아픔이 그의 가슴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생으로 학생회장이었던 막내 아들의 의문사는 그의 일생에서 가장 견디기 어렵고 삶을 버텨내기 힘들었던 시기였다.

"감당치 못할 우환이었고 큰 경계였어요. 일원상 신앙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들 따라 갔거나 미쳐버렸을 거예요. 대종사님 법문을 붙잡고 겨우 살 수 있었지요." 가슴을 짓누르는 그의 아픔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맞벌이 부부인 둘째 딸이 아이들 양육문제로 힘들어 할 때 손자손녀를 돌보기 위해 거처를 계룡으로 옮겼다. 그렇게 시작된 계룡에서의 생활은 그의 신앙을 가늠케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교당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7~8년을 계룡에서 살면서 강경교당까지 가기위해 버스를 세 번씩 갈아타고 다녔어요. 계룡에서는 둘째 사위가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또 강경에 도착하면 큰 사위가 교당까지 데려다 주곤 했지요. 사위들에게 고맙지요."

그에게 법회출석은 신앙을 지켜내는 목숨 같은 것인지 모른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3년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남편을 위해 하루 종일 분신처럼 병수발을 했다. 남편은 지금 많이 호전됐다. 출퇴근 시키는 요양원 차량 덕분에 치료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남편은 가장 아픈 곳이 마음이라고 그래요. 교당을 같이 못나가서 마음이 가장 아픈가 봐요. 조금만 나으면 가겠다고 하는데 다리가 말을 안 들어서 못 가고 있습니다. 걷기만 하면 가서 앉아라도 있고 싶다고 말해요."

이들 부부가 교당을 가깝게 다닐 수 있는 강경으로 다시 이사온 지 서너달 남짓이다. 사축이재라도 참석하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제일 아프다'는 남편도, 그도 서로 말 못할 안타까움을 눈빛에 담는다.

강경에서 젓갈매장을 운영하는 큰 딸 현아씨가 잠시 집에 들렀다. "살다보니 교당 일에 소홀해지고 마음만큼 잘 하지 못해 교무님께 늘 미안해요. 그래도 큰 딸이 내가 못하는 부분을 헤아려 주니 감사한 일이지요." 그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주는 든든한 맏딸은 강경교당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녹록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우미선 교도. 하지만 그는 고희가 넘은 나이에도 지난해 교전을 세 번이나 완독했다. "일년에 10번~ 20번씩 완독하는 교도들도 많은데 부끄럽지요. 요즘은 컴퓨터로 법문 사경하는 교도들을 보면서, 일찍 배워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대종사님 법문을 읽다보면 새벽 1시 넘어 잠이 들지만 깊은 잠을 잠깐 잘 수 있어서 오히려 좋지요."

법문을 읽으면서 욕심을 버리고 비우며 사는 법을 깨닫는단다. 그렇게 바보같이 사는 삶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그가 마지막 말을 전한다.

"대종사님 법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법문을 전하는 교무님 한 말씀 한 말씀이 땅에 떨어질까봐 무섭게 받들고 싶은 마음이지요. 법문 잘 받드는 교도가 많아서 이 세상이 곧 낙원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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