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덕 교무 교화훈련부 청소년국
벌써 십여 일째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반값 등록금 인하 공약 이행 촉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하는 현실을 넘어 죽음까지 불러오게 만들 정도이고, 대학 들어가도 미친 등록금이라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은 학업보다 저임금 아르바이트와 비정규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운 좋게 대출이라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빚을 평생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암담함에 청춘을 저당잡히기 일쑤이다. 졸업을 하고 난 뒤 취직이라도 된다면 그나마 나은 처지이지만, 취직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 등록금이 덧씌운 굴레는 두고두고 청년들의 삶을 피폐함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서는 이런 상황을 잘 알았기에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환심과 표를 얻기 위해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터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이행을 유야무야 시켜 버렸다.

공약을 내세울 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는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렵고 대학 구조조정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당장에 실현이 어렵다면, 이 대통령이나 여당은 그에 대한 입장을 국민들 앞에 객관적이고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국가 재정 상황을 들먹이면서 또다시 국민을 협박하지 말아야 한다.

온 국민 앞에 공언하였던 공약을 지킬 수 없다면 지금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섬겨야 하는 직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대통령이 똑같이 공약했던 4대강 사업에는 국민들의 무수한 반대 여론과 저지에도 불구하고, 40조 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고 폭력까지 유발하면서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국민들이 더욱 절실하게 여기는 '반값 등록금 인하'에 대한 요구는 어째서 외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인가?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값 등록금' 해결에 드는 비용은 총 3조 9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본질의 문제를 간과한 채 각 대학 예산 전용,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 문제의 초점을 대학으로 돌리고 있고, 정부는 이에 발을 맞춰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무슨 대단한 해결책을 찾은 양 온통 난리다. 물론 대학의 기업화 현상의 경계는 물론이고,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실현은 이번 기회에 병행되어 준엄히 지적하고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지만 언론이나 정부가 대학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일부 사안으로 물타기 하거나 대충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반값 등록금 조건 없이 지금 당장 실현하라"는 대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들의 외침은 분명 정당성 있는 피눈물의 호소이고, 정치 매카니즘을 이용해 국민을 속여 온 현 정부와 위정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다.

생존의 문제이기도 한 국민들의 목소리와 울부짖음을 왜곡하고 외면하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 요구를 하기 위해 거리에서 촛불로 다시 피어나는 청년들과 시민들의 모습은 정당한 사회, 민주주의 실현을 갈망하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성난 민심 그 자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도 국민의 소리를 듣는 공도사회, 정당한 일이거든 죽을 각오로 하라는 대종사의 말씀을 새기며 거리에서 삶의 목소리를 외치는 그들을 만난다. 직접 민주주의 광장에서는 언제나 생명의 작은 숨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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