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유영모 중심으로 발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강지연 박사

"다석사상의 핵심은
기독교 전통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초월론적이기보다는
내재적인 우주론을 가지고 있다"

동양사상과 기독교의 접합을 주창했던 다석(多夕) 유영모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논문이 발표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강지연 박사는 '한국현대철학에서 세계관의 충돌과 융합의 문제, 유영모를 중심으로' 범한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11일 발표했다.

그는 "다석은 기독교와 동양사상의 접목에서 첫째, 절대자의 초월성보다는 내재성을 드러냈고, 둘째 정신과 물질의 존재론적 이원성을 부정하고 일원론적 지향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동양사상에서 자아의 실현이나 자아의 발견은 중심개념으로, 무한과 유한 사이의 신비적 합, 신(혹은 신성성)과 인간의 완전한 합일을 수양의 목표로 추구한 반면 전통신학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특별한 상태로 타고난다는 전제와 대비된다.

전통 신학에서는 인간은 은총이나 양자됨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는 있지만 그리스도처럼 천성적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다석사상의 핵심은 전통 기독교 전통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초월론적이기보다는 내재적인 우주론을 가지고 있다"며 "다석의 우주론은 동양 사상, 그 중에서도 도가사상에 매우 가까이 있다. 그의 우주론은 우리 위에 있는 세계를 향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존재의 근저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다석의 '하나'라는 존재로서의 하나님은 모든 만물 안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상과 일관성을 지닌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는 "존재론에서는 우리가 내면 안에서 하나님, 절대자의 상을 발견하고 신과 인간의 합일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며 "다석이 표현한 '복원'이라는 의미는 근본으로, 맨 처음 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석은 신성성을 자연 밖에 존재하는, 외재적 존재로 두지 않았다. '하나'를 통해 사물과 사물간의 일치성은 존재론적으로 보장되고, 사물과 사물은 서로 의존하게 된다고 봤다.

그는 "'하나'라는 존재의 근원은 유한한 만물과 비교되는 개념이며 만물의 차별성보다는 무차별성을 강조한 '존재 자체의 순수성'을 함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석의 존재론에서는 세계가 하느님, 일자에게서 나온 것과 같이 하느님, 일자에게로 돌아간다"며 "하느님, 존재의 근원과 세계가 유기적 일체성을 지니고 이 둘은 따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은 도가의 존재론과 같다"고 부언했다.

이처럼 다석은 절대자와 피조물의 관계는 이중적 존재질서를 만들지 않았다. 다석의 합일의 신비주의는 하느님의 육화된 아들에 의해서 실현된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었을 때 그는 '예수'라고 불리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성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성은 신이자 지성이고 우리 영혼의 근저라고 생각한 다석에게 예수는 인간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존재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다석의 창조 이해는 근원으로서 도와 형상으로서의 도 모두를 내포한 전통 기독교사상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부분이 있다"며 "하나님이라는 절대자가 인간과 자연세계 속에 내재하고, 자연의 존재성에 우주론적 인식을 부여하는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다석은 자연존재로서 몸이라는 인식은 진정한 우주와의 합일과 조화에 강조점을 두지 않고 신의 초월성과 차별성에 두기 때문에 몸의 물질성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도가철학과 구별된다. 그는 "다석은 득일(得一)의 철학, 절대자 존재를 설명하는데 언어 불가분성, 만물의 내적 신성성을 긍정한다는 면에서 도가사상과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을 인지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다석은 도가사상 등 동양 사상의 영향 속에서 전통 기독교신학을 뛰어넘어 한국적 신학의 새로운 길을 보여준 개척자라는 의의를 지닌 사상가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다석의 사상 속에서 여전히 드러나는 전통 신학의 이원론적 사고의 흔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도가사상의 영향으로 보이는 내재론적 철학과 전통 신학의 이원론 사이의 불일치성의 문제는 여전히 물음으로 남길 수 밖에 없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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