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웃고, 사랑하세요"명상을 안내하는 고도원 씨.

▲ 걷기명상에 참가한 사람들이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나 일상의 삶 속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일 때가 있다. 충주시 노은면에 위치한 고도원의 아침편지 명상센터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깊은산속 옹달샘'에 도착했을때 명상센터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 입간판에는 '오솔길로 올라오세요'라는 안내판이 정겹게 첫인사를 한다.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푸른 초록 물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품속에 '깊은산속 옹달샘'이 자리했다. 명상센터 건물들이 숲을 거스르지 않은 채 세련되게 자연과 어우러져 보였다. '깊은산속 옹달샘'의 명상센터는 이름처럼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명상에 참여하기 위해 경주, 대구, 서울, 부산 등에서 모인게 놀라웠다. '깊은산속 옹달샘'의 명상은 다양하게 진행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걷기명상,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주는 하루명상, 비우고 채우는 비채명상 등이 특징이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꿈꾸는 부부학교, 20~40대 싱글들끼리 우정도 나누고 인적네트워크를 만드는 화려한 싱글학교,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꿈너머꿈 청년학교 등 명상의 종류가 다양했다. 고도원씨는 가족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명상으로 세분화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명상에 참석한 연령층은 14개월된 아이를 업고 온 엄마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층이 두터웠다. 요즘같은 핵가족 시대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걷기명상, 그리고 잠깐 멈춤

오전10시. 걷기 명상에 참여했다. 고도원씨가 맨 앞에서 걷기 명상 리더를 했다. 그는 명상에 앞서 "걷기 명상은 목표와 방향, 시간을 내려놓고 천천히 걷는 것이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마다 먼저 어머니를 불러보라. 우리는 가장 존경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인 부모에게 상처와 얽힘을 맺고 있다. 그 대상들에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라"고 주문했다. 침묵으로 일관된 걷기 명상은 5분마다 징소리가 울리면 잠깐 멈춘다. 그 동작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일단 멈추어서 마음을 바라보게 했다.

한 사람 정도 거닐 수 있는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하늘을 가린 빽빽한 나무 숲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반짝거렸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맑은 공기에 호흡이 깊어진다. 그런데 걷기명상을 하는 내내 무수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 미래의 생각들이 뒤엉킨다. 생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기억 속의 분별로 시비이해를 건설할 때 쯤, 징소리가 울린다. 모든 것을 놓고 잠깐 멈춘다. 몸도 마음도 멈춤이다. 그 멈춤 속에 생각들이 깜짝 놀라 사라진다. 그때 알아차렸다. '아 나는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그 두려움으로 일어나는 생각들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자신에게 좀 더 철저히 일어나는 마음들을 바라보기를 독려했다.

그렇게 1시간30분 정도 명상을 하고 나니 생각의 시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 명상을 할 때 소홀했던 나뭇잎에 시선이 머물렀다. 스치는 바람소리에 촉각을 느끼고, 새소리의 선명함이 귀에 들어왔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계속되는 침묵은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에 머물 수 있었다. 결국 생각은 생각으로 다스릴 수가 없다. 오직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깨끗한 입정의 상태가 될 때 마음도 편안해진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 속에서 감사와 은혜가 나온다. 이렇게 자연속에서 천천히 걷는 느림의 미학은 마음을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그 만큼 자연은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잔잔한 사랑의 에너지

걷기 명상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고도원씨는 한 나무를 가운데 두고 둥근 원을 돌게 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눈을 감게 했다. 그리고 기도문과 같은 잔잔한 사랑의 에너지를 전한다.

"여러분! 미소를 그려 보세요. 오랫동안 웅크리고 앉았던 자신을 내려놓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세요. 그리고 맹세하세요.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모든 사람이 다 떠나도 이 미소 하나만은 잃지 않기를 다짐하세요. 여러분은 여기 왜 오셨습니까. 왜 여기에 서 계시나요. 용서하세요.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과 화해하세요. 모든 사람들과 사랑하세요. 감사하세요" 그는 인생의 모든 문제의 열쇠는 사랑과 감사임을 일깨웠다.

그때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정은형씨의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무엇이 그를 애닯게 했을까. 정 씨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말이 깊게 와 닿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미움이 화살이 되어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한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명상을 통해 화해하고 정화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명상은 자기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결국 자신 안에 그 해답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고도원씨는 "현대인들은 마음병을 앓고 있다. 피로와 얽힘으로 상처투성이다. 목표와 꿈은 멀어지고 무거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다. 도시의 일상에서 채우기 힘든 에너지를 이곳에서 충전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일상의 많은 사람들이 명상할 수 있도록 비종교적이고 비상업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그 공간속에서 자유로움속에서 휴식과 운동, 명상과 마음수련이 이어지기를 염원했다. 며칠 자연과 호흡하고 숲속에 머물고 가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명상이기를 기획했다. 매일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는 250만 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명상의 오묘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명상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새소리가 들렸다. 그 옹달새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말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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