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 교도·부산교당(논설위원)
대학 등록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집권을 위한 '반값 등록금' 공약이 처음 제기된 2006년부터 5년 동안 방치 되어 온 고름집이 드디어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았다.

내년 대선을 앞 둔 시기에 서둘러 내린 진단과 처방을 보면 근치목적 치료가 아니라 우선 급한 불 끄고 보자는 대증요법 수준이라 실망이다. 이미 수술시기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항생제와 소염제 처방으로 넘어 가보자는 생각이다. 그 때 그 때 땜질식 처방으로 지금의 힘든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시비를 밝혀 개선에 힘쓰기 보다는 집단 이해에 얽매여 이 고비만 잘 넘기려는 것 같다.

집권 여당은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 30% 인하 및 소득 하위 10% 가정의 학생에 대한 등록금 지원 등을 뼈대로 한 대책을 마련했다. 5년 동안의 궁리 끝에 내놓은 실망스러운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총 6조8000억 원의 재정과 1조5000억 원의 대학 장학금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3년 동안 30% 이상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에서는 당장 내년에 투입해야 하는 재정 지원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재정규모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국민들의 기대감만 증폭시킨 꼴이다. 5년 전 보다 등록금이 무려 50% 가까이 늘었는데, 인하폭은 그동안 인상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등록금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10% 가정의 학생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지금보다 30% 줄어도 등록금 규모는 중간층인 소득 5분위의 연간 소득의 15%에 이르는 액수다. 대학생 두 명인 가정은 연간 소득의 30% 정도를 등록금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

게다가 장학금 재원은 국고 2000억 원, 대학 재정 5000억 원으로 조성한다고 하지만, 적립금을 쌓아둔 채,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려왔던 대학들로서 얼마나 많은 대학이 이에 따를지 의문이다.

지원금만 받기 위해 다른 교비를 장학금으로 용도만 변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 재정 역시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 때 없어졌던 차상위계층 장학금 예산 따위를 복원한 것에 불과하다.

대학을 포함한 한국 교육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은 한 몫씩 해 왔다. 그 시작은 1970년대 중반에 실시된 중·고교 평준화로 명분은 어린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었지만 평준화의 문제점은 곧 나타났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으니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대로 사교육을 찾아 공교육의 황폐화를 야기하였고 대학설립자율화로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대학 못가면 낙오자'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학력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므로 '대학은 안 가면 안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통념이 되어 대학진학률 80% 학력거품이 교육 고비용을 불렀다.

대학교육과 관련해 지출되는 비용은 사회 전체적으로 연간 42조7,29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금과 사교육비, 부대비용 등 대학생이 지출하는 직접교육비는 연간 21조2,44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교육에 따른 기회비용을 뜻하는 간접교육비는 21조4,855억 원으로 추정됐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생의 재학기간이 늘어나 발생하는 추가 간접교육비는 5조4,17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수생과 편입준비생의 교육비도 각각 7,685억 원과 1조2,000억 원에 달해 교육과 관련된 총 교육비는 가구당 246만 5,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막대한 비용이 대학 교육에 들어가지만 만족도는 형편없이 낮다. 오랫동안 곪아 온 농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인 절개술 밖에는 없다. 심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른 지금 더 이상 큰 화를 부를지도 모를 소극적인 처방은 언젠가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르게 할 뿐이다.

차제에 정부의 정책만 탓할 것이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는 힘은 우리로 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아서, 무엇 보다 우리 각자 각자가 대학 안 가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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