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법어 의의

대각을 이루신 소태산대종사는 원기 원년(1916년) 5월, 범현동 이씨재각에서 당시의 병든 사회 상황을 관찰·진단하고 그 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법문이 최초법어이다. 최초법어는 수신의 요법, 제가의 요법,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초법어에는 원불교의 기본교리와 인간개혁·사회개혁·종교개혁의 의지가 나타나 있으며, 일제의 압정에 대응할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소태산대종사의 경륜과 포부를 집약해서 밝힌 법문이며 삼학 팔조, 사은 사요 교리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법문이다.

석가모니불의 초전법륜이나 예수의 산상수훈(山上垂訓)이 각 종교 교조의 최초 설법이며 교리의 기본방향과 구세경륜이 담겨있다는 점에서는 최초법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수제치평의 순으로 되어있는 점은 유교사상과 상통한다.

최초법어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먼저, 개인의 영혼구원에 머물지 않고 자아발견, 사회교화의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개인에 있어서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삼학수행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필요한 학문을 닦도록 강조하고 있다. 당시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던 고난의 책임을 다른 데 돌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서 찾아서, 시대에 맞는 공부로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를 구원할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길을 제시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종교적·정신적인 면만이 아니라 현실적·육체적인 면도 아울러 밝힌 점이다. 가정경영에 있어서도 도덕적·정신적인 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과 가족들의 의견교환 등의 현실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 동과 정, 정신과 육신, 일과 공부를 둘로 보지 아니하는 이사병행, 영육쌍전의 교리 정신이 잘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대각하신 후 저축조합을 만들어 생활개선 운동을 하고, 방언공사를 통해 경제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등 이웃 종교들과는 달리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을 실행하는 생활종교의 면모를 보여주셨다. 이는 오늘날 원불교가 시대화·대중화·생활화된 종교를 지향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 밖에도 사회를 진화시키는 방안으로 밝힌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은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의 근원이 되는 사은사상에 바탕하고 있다. 이는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잘 배우고,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잘 가르쳐서 서로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지도인이 될 때에는 지도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잘 갖추어서 지도받는 사람들을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최초법어는 처음 설하신 법문이라는 것 외에도 원불교 교리의 바탕이 되고, 원불교인이 지향해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셨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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