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공 교도 / 부산교당
질병, 가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 어둡고 무서운 곳으로만 기억되는 지구반대편의 머나먼 땅 아프리카! 오랜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좌산상사님과 한울안운동 회원 22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여 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하자 영원한 천사 김혜심 교무님께서 다정하게 웃으며 환대해 주었다. 공항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요하네스버그교당이 있었다.

'먼나먼 이곳에 우리 교당이 있었구나!' 고 감격에 겨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조그만 정원과 테라스를 가진 자그마한 시골 교당 같았다.

그 다음날 국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지인 스와질랜드 까풍아로 향했다. MBC TV '아프리카로 간 부처'에 상세히 소개되었듯이 가난, 무지, 질병 그리고 무관심으로 주민들은 희망을 잃고 삶에 지쳐있는 그곳에서 김혜심 교무는 16년간 교화활동을 펼쳤다. 이런 노력으로 교당과 유치원, 여성센터 등을 건립하여 아프리카에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으로 7시간을 달려 까풍아에 도착했다. 이번에 개원하는 제과제빵기술학원을 비롯한 건물들이 아담하게 서 있고, 기술을 배워 가난을 탈피하고자 하는 이빨만 하얀 까풍아의 기술생 수십여 명이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곳의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추장 등 500여명의 원주민들도 모였는데 많게는 3시간 적게는 1시간의 산길을 걸어서 왔다고 했다. 조건 없이 베푸는 우리 원불교가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유치원 초·중학생들로 보이는 흑인 아이 12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가 신명나게 공연을 하고 있는데 그 속에 젊은 교무님 한분이 있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수년전 부산교당에서 간사생활을 한 김선공 교무였다. 그땐 학생이었는데 이제 어엿한 교무님이 되어 이곳에서 만나다니.

천사는 하늘에 있는게 아니라 곳곳에서 말 없이 그 고고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목이 메었다. 엄숙한 가운데 식이 진행되었고 모두가 일원상서원문을 목청 높여 외웠다. 한지성 한울안운동 이사장의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좌산상사님의 법문과 지역의 추장,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등이 축사했고, 현지 주민대표가 감사의 꽃다발을 줬다.

1부 식이 끝나고 2부 축하연이 이어졌다. 전통복장을 한 여인들이 그 나라 민속춤을 추는데 점잖은 추장부인이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신명나게 춤을 추었다. 난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 여성회원들도 함께 춤을 추었다. 국가, 피부 모든 것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했다. 여인들의 춤이 끝나고 사물놀이패, 원광유치원생이 모두 나와 '우리는 하나'라는 성가를 한국말로 목청 높여 부르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아프리카 여인들이 왕복 6시간의 산길을 걸어서 까풍아교당을 찾아 교복 만드는 기술이나 뜨개질 그리고 제빵 기술을 배우려는 열정을 보면서 더 많은 지원활동을 펼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울안운동과 원불교여성회에서 물론 여러 가지 아프리카 구호, 자활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업들을 모르고 무관심하다. 여성회의 홍보 부족도 있지만 교단의 정책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한울안운동과 같은 엔지오 단체에 대한 기부문화 확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뒤 필자는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에서 조금만 적게 소비하고 누려서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아프리카를 위해 사용하면 어떨까. 생활에서의 작은 실천(기부)이 아프리카 교화와 자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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