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오아시스, 실속있는 공동체

▲ 친환경 재료만을 고집하는 '성미산 밥상'식당.
▲ 다양한 정보제공 장소'풀방구리'.

▲ 자원과 환경을 교환하는 '되살림가게'.

 

사회적으로 다양한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시점이다.
대종사 재세시 신앙수행과 영육쌍전의 회상공동체를 이루는 익산총부로 전국의 교도들이 모였다. 그야말로 낙원세상이 현실에서 펼쳐진 것이다.

7월에는 정신개벽 공동체를 염원하며 다양한 공동체를 탐방한다. 1주 생활문화공동체, 2주 안솔기 생태마을, 3주 장수하늘소마을, 4주 성미산마을, 5주 영산성지공동체를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을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제법 유명한 공동체라 인터넷상의 정보도 풍부했다. 위치는 전철 6호선 망원역에서 500m 근방이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다른 농촌 공동체처럼 성미산 자락에 마을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그 착각 때문에 장마비가 내리는 날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비는 내리고 마을은 확연치가 않고 서울에서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연립주택이 주류를 이루는 동네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도, 문구점 주인에게 질문해도 대답들이 석연치가 않았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성미산마을 공동체인지도 몰랐다. 난감했다. 겨우 성미산학교를 발견하고 교실문을 두드렸다. 교사로 부터 성미산마을 투어를 소개 받았다. 그때부터 마을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동육아로 출발

성미산 공통체의 출발은 공동육아에서 부터 시작했다. 1994년 맞벌이를 하는 20여 가구가 공동육아를 위한 어린이집을 만든 것이 효시가 되었다. 공동육아는 나의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같이 돌본다는 의미다.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육아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이룬 것을 이른바 성미산마을이라고 부른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1천여 명으로 주민들이 공동육아와 공동교육, 공동생활을 하면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을 소개한 (사)사람과마을 위성남 위원장은 "우리는 공동체라는 표현보다 커뮤니티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공동체는 도덕적인 규율을 요한다. 우리는 자유롭고 가벼운 공동체다.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다. 아이들을 키우려니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필요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란 지연에 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공동사회. 생활 양식, 공동체 의식을 말한다. 마을 전체의 커뮤니티는 공동구매와 참여운동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마을 투어에 나섰다. 성미산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커뮤니티는 두레생협이다. 두레생협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안심하고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두레생협을 하루에 200~300명이 이용할 만큼 참여도가 높다.

교육과 환경 되살림

두레생협 바로 옆에는 쌍두마차처럼 되살림가게인 한땀두레가 있다. 되살림가게는 자원과 환경을 되살리고 관계를 되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의류나 생활용품, 문구류 등을 싸게 재사용하는 녹색가게다. '두루'라는 지역화폐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1호점이며 수익의 일부를 마을로 되돌리고자 하는 소박한 공간이다. 운영규칙은 자원봉사자가 3시간씩 돌아가면서 운영한다.

가게에 들어서자 몇 몇 주민들이 매장에 비치된 여름 샌들도 신어보고, 옷가지 등을 고르고 있었다. 옷을 고르던 주민이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자주 이용하는 가게다"며 "가격대도 1천원~5천원까지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성미산학교 역시 대안학교로서 입시교육이 아닌 참다운 인간상을 만들고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고 길찾기를 한다. 그 아이가 길찾기를 마치고 무엇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면 모든 환경과 자원, 멘토를 끌어들여 도와준다. 그래서일까 성미산학교에 다니는 문해람 어린이(초등 2년)를 만났을 때 활기가 느껴졌다. 성미산학교가 어떤점이 좋은지 물었다. 문 어린이는 "시험은 아니고 평가만 있어요. 점수를 말하지 않아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신뛰'(신나게 뛰어라)예요. '신뛰'시간에는 줄넘기와 달리기, 피구 등을 신나게 하죠. 그리고 방학에는 숙제는 조금 있고 신나게 놀아요"라고 말했다. 성미산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아이 스스로가 서서 자기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친환경 먹거리 제공

그렇게 성미산마을을 돌아보면서 늦은 점심식사를 친환경 마을식당인 '성미산밥상'에서 먹었다. 가격표에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문구가 별표로 제시되어 있다. 반찬으로 나온 음식들은 신선함과 함께 야채의 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김요리사로 불리는 김광근씨는 "식당 개원은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친환경으로 부터 출발했다. 그래서 이윤은 별로 없다. 환경호르몬을 생각해서 모든 음식 그릇은 사기제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식당도 작게는 5만원~500만원까지 100여명의 출자자들이 협력해서 만들었다. 입구 벽면에는 출자자들의 이름이 빼곡이 써 있었다.

위성남 위원장은 "마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고정되면 썩은 물처럼 죽음이다. 성미산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환경과 공동소비가 크다. 공교육이 엉망이고 식품 안전도 불안해서 정부만 믿지말고 우리끼리 해보자고 해서 출발했다. 공공기관이 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며 "우리가 직접 해보니까 가능했다. 불가능은 없었다.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리더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장도 없다. 모든게 수평적 구조다. 오직 구성원들의 생각과 성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 마을카페'작은나무'에서 만난 아이들이 유기농 수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스스로를 살리는 '성미산학교'.


익명성 보장된 자율 공동체

마을 투어를 어느 정도 마치고서야 성미산마을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왜 경비원아저씨가 성미산마을 공동체를 모를수도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성미산마을은 농촌처럼 특정구역이 아니다. 일반가게와 평범하게 어울리면서 지역에서 필요 충분 조건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외부가 아닌 마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마을을 꾸려가고 있었다.

함께 투어를 했던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이규인 교수는 "성미산 공동체는 도심공동체로서 조금은 느슨한 공동체다. 신앙 공동체처럼 철학과 신념이 같지 않기에 활동이 액티브하지는 않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자유롭다. 누구나 들어와서 참여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선택의 다양성이 주어진 자율 공동체다"고 말했다. 결국 성미산마을은 생활속 공동체이며,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실속있는 공동체였다.

마무리 즈음에 마을카페 작은나무에서 차 한잔을 마셨다. 4살 박이 꼬마와 엄마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엄마도 아이도 맑아 보였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성미산마을은 훈훈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