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로 교당 문턱을 낮췄어요"

▲ 한지공예를 마치면 자모들은 마음공부를 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문도연 도무(맨뒤).

▲ 어린이집 자모와 교도들이 심성전 교무와 함께 문답감정을 하고 있다.

부산 재송교당을 가는 길은 장대비가 시야를 가릴 만큼 쏟아졌다. 빗줄기가 그만큼 세찼다. 노포동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이런 우중(雨中)에도 승복처럼 눈에 띄는 복장이 있었다. 삼삼오오 회색 생활한복을 입은 불교 신도들이다. 불심이 느껴지는 부산의 풍경이었다. 그들의 얼굴빛이 편안해 보였다. 사찰에서 정진을 하고 온 향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렇듯 불심이 강한 부산에서 재송교당은 어떻게 교화를 할까 궁금해진다.

매주 금요일 자모들 마음공부

교당에 도착했을 때 노란색 어린이집이 눈에 들어왔다. 매주 금요일은 어린이집 자모들과 마음공부가 있는 날이다. 오늘은 특별히 어린이집 공개수업까지 겸했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마음공부다. 심성전 교무가 재송교당에 부임했을 때 어린이집은 존폐위기에 처해 있었다. 교도들은 "어린이집이 교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심 교무는 어린이집과 교당을 연계하기로 결심했다. 마음공부로 자모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벌써 4년째다. 매년 1기씩 10인1단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1시 한지공예를 마치고 자모들 마음공부가 이루어진다. 심 교무는 "부산지역에서는 원불교만으로 교당 문턱을 넘어오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종교를 가진 자모들에게 문답하고 상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며 "대종사님의 가르침대로 각자의 종교생활을 잘 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성당내왕시 주의사항이나 절내왕시 주의사항으로 상황에 맞게 가져다 쓰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의 종교를 그대로 존중하며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상담이 들어오고 마음공부로 연결됐다. 자모들이 공부가 되면서 자발적인 입교로 이어졌다.

어린이집은 모든게 자모와 연관성이 있다. 어린아이가 5세때 들어오면 7세까지 다닌다. 자모와는 3년 동안 마음공부의 인연을 만든다.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집을 선택했다는 이현규 자모는 "우리 아이는 재송어린이집에서 키워졌다. 마음을 살펴주는게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며 "별난 아이였는데 참 많이 변했다. 어느날 아들이 친구에게 맞고 왔을 때 '너도 맞았으면 때려라'고 말하니 '그러면 친구가 아프잖아'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마음공부는 인간관계 해결의 열쇠

이번에 법명을 받은 조은 교도는 "저는 마음공부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선 제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항상 도덕성이 걸림돌이었다. 아내와 엄마, 딸과 며느리로서 복잡했던 여러가지 마음들이 인정이 되었다. 그렇게 자존감이 높아지니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아이가 지시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하나의 인격체로 변했다"고 말했다.

심 교무는 "마음공부는 인간관계 해결의 키포인트다"고 말했다. 심 교무는 경계를 통해 나오는 마음들을 100% 인정하고 바라보게 한다. 마음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성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공부의 굿센스다. 그는 일어나는 마음들을 스스로가 인정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면 은혜롭고 진급하는 삶이 된다. 그는 교도들에게 자신감 있게 주문한다.

"새로운 인연들을 모시고 오는 것은 교도들의 몫이다. 이후 법회를 통해 밥상을 차리는 것은 교무 책임이다. 법식을 차리기 위해서 교무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는 교도들을 많이 교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장다운 단장 1명을 배출하는게 나의 교화 비전이다."

이렇게 재송교당은 그 지낸일을 일일이 문답하는 교당, 그 감각된 바를 감정 얻는 교당, 그 의심된 바를 해오 얻는 교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심 교무는 "특히 자모들은 원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공부의 속도가 빠르다"고 귀뜸한다.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이 공부를 100% 흡수한단다.

공부하니 모두 내 허물

자모 1호인 정지원 교도가 그런 경우다. 정 교도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쯤 입교했다. "처음에는 건성 교도였다. 교전을 봉독하거나 사경할 줄도 몰랐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교전이 들어오고 내것이 되었다. 마음공부를 모를때는 남편과 속앓이를 했다. 모든게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을 바라보니 전부가 내 허물이고 내문제였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돌려졌다. 내마음을 챙기니 이상하게 집안이 편안해졌다. 마음을 대조한 순간 반응보다는 감응이 온다. 대종사님은 너무 멋있는 분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는 마음을 어떻게 알고 법을 펴신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모들이 아이들과 공개수업을 마치고 다과시간을 가졌다. 심 교무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마음공부로 이끌었다. 공개수업을 마친 자모들의 복잡한 심경을 훤히 알고 있는듯 심 교무가 말문을 열었다. "오늘 본 아이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으로 아이를 평가하지 말라. 아이의 전체성과 양면성을 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법문을 소개한다. '천지의 일기도 어느 때는 명랑하고 어느 때는 음울한 것과 같이, 사람의 정신 기운도 어느 때는 상쾌하고 어느 때는 침울하며, 주위의 경계도 어느 때는 순하고 어느 때는 거슬리나니….'를 자모들에게 읽게 한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발표하게 했다. 아이들은 공개수업시간에 엄마가 있어서 어리광을 부리며 평소보다 못하기도 하고, 기가 살아서 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잘하고 못하는 두가지 마음에 속지 않기를 당부했다. 

교무는 마음공부를 날씨에 비유했다. "어제는 비바람쳤는데 오늘은 이렇게 화창한 날씨다. 천지의 날씨도 어느 때는 맑고 어느 때는 흐리듯이 은혜는 변화무쌍함 속에 있다. 어느 때는 우리 아이가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 아이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상황성을 보자. 온전함에는 전제 조건이 없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나야 된다."

자모들은 심 교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과 긍정의 표시가 역력했다. 심 교무는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인연을 대할 때 진급하고 발전할 것인가"를 화두처럼 던졌다. 비온 뒤의 맑은 하늘처럼 심 교무의 문답감정은 어떤 근심 걱정도 말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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