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돌봄, 교육, 경제공동체 '살고자픈 영산마을'

▲ 길용리 글로벌학교 여름캠프를 열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시점이다. 대종사는 그 시대에 맞는 신앙수행과 영육쌍전의 도량을 일구며 회상공동체를 형성했다. 근원성지 영산과 제법의 변산, 그리고 전법의 익산성지까지 정신개벽의 이념 아래 대종사가 머물렀던 곳은 어디에서나 신앙수행의 공동체였다. 공동체는 현실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7월, 삶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전국의 다양한 공동체를 탐방했다. 생활문화공동체와 생태마을 취재에 이어 영산성지신앙수행공동체를 찾아 지역공동체의 성장 가능성을 살폈다.



영산성지공동체는 어느 공동체보다 여건이 뛰어나다. 이곳을 방문해 숙식하면서 성지 곳곳을 둘러본 도법 스님(실상사 전 주지)은 "공동체를 일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극찬할 정도다. 이는 대종사의 탄생, 구도, 대각, 전법이 드라마처럼 펼쳐진 영산성지의 보물들을 관찰한 후 나온 의견이라 의미가 있다. 또 유기농을 하는 정관평의 농토와 신앙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음을 두고 한 말이다. 영산성지공동체는 영산사무소, 영산선학대학교, 영산교당, 영산성지고등학교 등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영촌, 길용리, 구수리 등 지역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살고자픈' 영산마을, 통합복지 꿈꿔

7월에 찾은 영산성지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출입하고 있었다. 1년에 5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하니 성지이면서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영산교당(교무 김선명)이 주축이 된 살고자픈 영산마을은 2003년부터 길용리 아동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마을공부방에서 비롯됐다. 마을주민을 위한 한글교실을 운영하며 마을이 필요한 사업을 고민한 것이다.

그 고민은 조손, 편부모, 다문화가족들이 많은 특징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 후 공부방은 2006년 민들레지역아동센터를 유치하면서 현재는 5명의 상근인력과 2명의 보조인력이 일하고 있다. 지역 29명의 청소년들이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재가복지사업으로 영산교당은 민들레사랑방, 구수리 사랑방 등 건강요가와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안부나누기와 반찬배달은 지역의 호응 속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산교당은 민들레도서관 개관과 마을공동체 의식향상을 위한 각종 운영위원회에도 활동한다. 생산(유통)복지사업을 통해서는 청년, 장년층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정란, 모싯잎떡, 하얀 민들레 사업 등을 개발해 유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교무는 "'살고자픈' 영산마을은 '농촌마을통합복지'라는 구상에서 출발했다"며 "출가중심의 공동체를 탈피해 지역주민(교도)과 호흡하며 지역의 난제 해결에 앞장서면서 공동체의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지역의 60% 이상이 노인(조손가정)인 점을 파악해 노인복지와 아동복지를 병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을 위한 길용리글로벌학교 개설과 최근에는 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길용선방을 열고 있다. 현재 길용리에만 40가구 9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공동체 재건, 의미있는 진전을 위하여

원기55년 '원의회'의 결의에 따라 영산사무소와 영산선원, 영산교당의 세 기관이 발전적으로 분립에 들어갔다. 이는 영산성지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좀 더 세분화된 역할에 집중시키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하지만 분립되면서 정서적 연대의 해체를 가져왔고 현재까지도 만족할 만한 결속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영산사무소가 대각지에서 열리는 천여래등 점등 행사와 대각개교절 봉축봉고식을 주관하고, 영산선학대학이 법인절 행사를, 영산교당이 마을잔치를 담당한다. 4개 기관이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각출해 분담하는 형식이다. 한 기관이 주관처가 되면 나머지 다른 곳에서는 합력하는 형태로 '행사 위주의 공동체'모습을 띤다. 4축2재 중심의 모임이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열려 주요사안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단에서 영산성지 공동체를 주목한 것은 이혜정 교정원장 시절 '신앙, 수행공동체 확립'을 내걸면서부터다. 그때 기획연구팀이 구성돼 분과별 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공동체에 대한 논의들이 진일보되면서 영산교당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와 정관평 권역의 친환경농업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영산선학대에서 영산성지 공동체 방향 모색이라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공동체 이념과 사례 연구 중심으로 제안하며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유기농업의 부활, 식문화 개선 성과

정관평 권역은 영산사무소 중심으로 생태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했다. 관행농법으로 산성화된 토양을 자연퇴비를 이용해 비옥한 알카리성으로 땅을 회복시키며 식탁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업의 전환은 5~7년동안 경제적 손실과 많은 인내심을 요구됐다.

김선명 교무는 "젊은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유통을 도와주고 있다"며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놓고도 판로가 막혀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초기에 교당과 연계한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정란 생산과 영산 모싯잎떡, 하얀 민들레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영산성지 공동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런 젊은 귀농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무의 지론이다. 그의 이런 노력들이 사업 초기 판매의 어려움을 덜게 했다.

하얀 민들레의 경우는 차, 김치로 상품화돼 반응이 좋다고 한다. 특히 민들레 막걸리는 대마주조의 협조를 얻어 조금씩 생산하고 있다. 애주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영산의 농산물에 대한 유통 문제도 새롭게 생각할 때가 됐다.

인구유입책 생태한옥마을 조성 필요

2006년 영산성지 공동체 공청회에서 원광대 한창민 교무는 "영산성지에 대해 보존을 원칙으로 한 제한된 범위 내의 개발 찬성에 68.5%가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사적관리위원회에서는 먼 미래를 위해서는 조급한 판단을 통한 난개발이 성지종합계획을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영산사무소 오광선 교무는 "정년퇴임한 교도들이 영산성지에서 봉사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도시생활을 한 분들이 대부분이라 숙소 해결이 늘 걸리는 문제로 자유롭게 머물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한옥마을(가칭)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적지를 제외한 구호동 근처나 이씨제각이 있는 곳에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생태한옥마을을 만들어 봄직하다. 이를 정관평과 밭 등 교단의 경작지를 분양하는 것과 연결시킬 수 있다. 영산사무소의 인력이 농사짓는 데 대부분 많이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재가인력이 보강되면 그만 사무소의 역량은 공동체 형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귀농인들의 농사 교육과 신앙적으로 성숙시키는 교육과정 개설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영산성지신앙수행공동체 성공의 조건으로, 시간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지속성과 연속성의 담보가 필요하다.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장의 고민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배치되어야 한다. 동시에 농촌교화에 있어 새로운 개척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서원을 가진 교역자가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지역주민들의 애착심(신앙심)과 자발성을 끌어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계획 공동체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성공사례가 드물다. 그 이유 중에 커뮤니티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이끌 수 있는 정신적 지주로서 교령의 배치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는 대학총장, 사무소장 등으로 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성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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