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근대불교의 역동과 변용'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국제학술대회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에서는 7월16일에 '동아시아 근대불교의 역동과 변용'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국내외의 소장학자들이 일본, 한국, 중국, 미얀마 등 근대불교의 변화과정을 심도있게 논의한 자리였다.

이 가운데 중국 남창대학교 시시핑(習細平) 교수의 '20세기 초기 중국불교 입세(入世)방식의 전개'은 근대불교의 개혁가 태허(太虛) 법사의 법문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시시핑 교수는 중국 근대불교의 특징을 한 마디로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현실참여, 즉 입세의 현상을 ▷청말 이래 내우외환의 민족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운동에 대한 투신으로 보고 그 대표적 인물로 혁명에 참여한 태허를 들었다.

▷아편중독이나 전족의 사회현상이 보여주듯 근대사회의 폐단에 대한 대처였다고 밝혔다. ▷태허가 주장하듯이 유불도의 전통가치를 새롭게 건립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불교의 기본정신인 현세에 눈을 두고, 인생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았다. ▷중국불교의 전통처럼 근대에도 다양한 자선조직과 기구를 통해 민중들의 고통을 구제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사시핑 교수는 이러한 현실참여의 특징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전통불교와 비교하여 근대불교는 강렬한 입세의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아설을 '근대불교의 구국, 구민에 투신하는 이론적 기초'로, 인과보응을 '권선징악, 구국호민의 사상적 무기'로 전환하여 평등자비심을 널리 펼쳤다.

둘째는, 엘리트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불교를 유신의 무기로 채택한 강유위, 양계초, 담사동, 그리고 불교이론을 정밀하게 연구하는데 힘을 다한 양문회, 구양점, 한청정 내지 불교개혁에 힘쓴 태허, 원영 등을 들고 있다.

셋째, 사회적 폐단을 바로 잡거나 전통도덕 가치의 새로운 건립을 통해 근대 중국의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넷째, 가족이 열반하면 스님들이 초청되어 경을 읽는 경참(經懺)처럼 천도에 의지해 살아가는 불교의 구태의연함을 혁파하고자 했다.

이처럼 중국 근대불교의 역사적 과정을 정리한 시시핑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먼저 근대불교의 적극적인 입세는 현대 중국발전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생사와 열반의 불이(不二), 세간과 출세간의 불이라는 관념이 더욱 발전하였고, 이에 따라 이상과 현실인생은 소통될 수 있어 출세해탈(出世解脫), 입세이제(入世利濟)가 결합될 가능성을 갖게 했다. 태허가 인간불교를 창도한 것은 여기에 바탕하고 있다.

시시핑 교수는 이러한 근대불교의 정신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보았다.
태허가 "불교의 중심사상을 시기(時機)에 적응시키고, 문화와 융통하며, 신시대와 신조류에 적응시켜서, 불법을 널리 펼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한 것처럼 불교의 현실참여의 수단과 방법을 늘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시핑 교수는 물질추구의 현대 중국에 대해 "정신적 공허와 도덕실종 등 인생과 사회문제가 겹겹이 출현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시핑 교수는 불교가 인생의 본지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입세에 대한 강조는 피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태허가 말한 인간불교에 대한 정의이다. 즉 세간의 자선사업과 동일한 것이 아니고, 구경의 불승(佛乘)에서 우리 인류를 보면서 마땅히 어떻게 사람 사이에서 불도를 이룰 것인가하는 점에 바탕해야 한다.

시시핑 교수는 "작게는 개인의 불교에 대한 신앙, 크게는 모든 종교 활동이 대열반ㆍ대보리를 얻기 위한 것이고, 불교의 입세 활동은 모두 반드시 여기에 귀착점을 삼고 있다"고 보았다. 불교 근본정신의 개인화 및 사회화가 곧 입세의 의미라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시핑 교수는 "급속히 변화했던 근대 중국사회 속에서 근대불교는 입세를 통해 진흥의 길을 찾았으며, 지금의 현대화 과정은 다시 불교의 진일보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 적합한 입세의 길을 찾아야만 불교는 필연적으로 보다 빠른 전파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시시핑 교수의 이러한 논의는 현재 중국에서 왜 불교가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 해답을 주고 있다. 이는 근대불교의 현실에 대한 대처와 변용과정에 그 연원이 있음을 잘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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