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순간, 마음의 날개를 잃게 된다

▲ 걷기 명상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 선수련 시간에 입정한 모습.

오랜 장맛비가 잠깐 멈췄다. 맑은 하늘이 얼굴을 내밀던 날, 진안 만덕산훈련원을 찾았다.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회(이하 원대연) 여름 대학선방이 만덕산에서 7일동안 이루어지고 있었다. 후박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빛났다. 만덕산 가는 길은 설렘이 함께한다. '서원'이라는 두글자를 샘솟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스피드 시대에 대학생·청년들이 '나를 놓는 마음공부·나를 찾는 마음공부'라는 훈련을 참석하는 것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그들을 선방으로 이끌었을까. 궁금해진다. 훈련원 입구에 들어서자 항아리에 그려진 하얀 일원상이 먼저 반긴다.

단별회화와 실지불공

젊은 선객 90여 명이 정진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법당으로 향했다. 이렇게 많은 선객들이 참여한 쾌거는 만덕산훈련원에서 훈련비 전액을 지원했다. 대학생 교화에 힘을 실었다. 4층 법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음을 끄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집착하는 순간 자유를 잃게 된다'는 글귀다. 누구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말이다. 이 선방을 통해 집착을 놓는 마음공부와 마음의 자유를 찾는 마음공부의 답을 제시하는 듯 했다. 결국 우리들의 삶을 면밀히 살펴보면 기억과 집착으로 인해 마음의 자유를 잃어버린다. 결국 기억과 집착이 마음의 장애로 작용한다.

오전9시. 단별회화를 통해 젊은 선객들은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며 공유했다. 이번 여름 대학선방은 '사람과의 관계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절친노트'라는 심성계발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삶속에서 불편한 관계를 가진 사람과 직접 만나게 했다.

선객들이 느끼는 가장 큰 경계는 가까운 인연들이었다. 대체로 가족인 아버지, 남동생, 형 그리고 친한 친구와 얽힌 삼각관계 등을 언급했다. 이문교당 양서연 교도는 "남동생이 큰 경계였는데 교무님께서 '이유없이 무조건 불공을 해보라'는 말을 듣고 하게 됐다"고 말한 뒤 "처음에는 내가 하는 행동이 바뀐다고 남동생이 바뀔수 있나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자신을 돌아보니까 동생도 그것을 알고 기운을 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가장 큰 경계를 주었던 인연이 절친이 되는 법은 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조건없이 실지불공을 해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젊은 선객들이 단전에 마음을 주하고 있다.


공부인의 목적 일깨운 '법문산책'

'법문산책'을 통해서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했다. '법문산책'은 명상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 뒤에 자신의 심경과 부합되는 법문을 찾는 시간이다. 〈원불교교전〉에서 자신의 현재 심경과 부합하는 부분을 10분 정도 찾게 하고 봉독하게 한다. 그리고 찾은 법문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발표하게 했다.

신촌교당 박효원 교도는 수행품 6장을 제시했다. '사자나 범을 잡으러 나선 포수는 꿩이나 토끼를 보아도 함부로 총을 쏘지 아니하나니 이는 작은 짐승을 잡으려다가 큰 짐승을 놓칠가 저어함이라. 그러므로 성불을 목적하는 공부인은 세간의 모든 탐착과 애욕을 불고하여야 그 목적을 이룰 것이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금 고시공부를 하다가 대학선방에 참석했다. 그는 "고시공부를 하다보면 주위의 유혹에 휩쓸려 놀고 싶을때도 많다"며 "공부를 하면서 교전을 하루에 10분이라도 읽으라고 했던 선배들의 말이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목적지가 있다. 그는 이곳에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생활속 가르침이 법문속에 녹아있음을 감지했다. 이처럼 7일간의 대학선방은 마음공부의 방향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중흥교당에서 13명의 선객과 함께 온 류종인 교무는 "대학생과 청년들이 선방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흡수가 빠르고 쉽게 몰입한다"며 "일단 선방을 통해 교무의 마음을 알아준다. 왜 법회를 봐야되고 선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체감한다"고 소득을 말했다.

특히 단계별 선 수련시간은 오명도 교무의 지도 아래 알아차리기 공부에 집중했다. 오 교무는 지금 이순간 마음이 깨어나기를 주문했다.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그는 걷기명상을 통해 "의식을 한 곳으로 집중하면 24시간이 알아차림의 연속선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싱킹(slow thinking)을 통해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게 했다.

▲ 항아리에 그려진 일원상이 정겹다.


오직 마음일 뿐

오후2시. 송정현 교무와 함께하는 문답감정의 질문들은 제법 날카로웠다. 문답감정은 즉문즉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대학교당의 국현수 교도는 "원불교에 입교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교무님이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보라는 말이 좋아서 출가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창 너머로 중학생이 길거리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어른들은 욕설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왜 그 아이를 부처로 보지 못했는가하는 생각이 났다. 지금도 고민하는 문제다"고 질문했다. 이에 송 교무는 "우리 모두가 부처님이다는 것은 내가 들은 것이지 깨달은 것은 아니다.

 

들은 것과 깨달아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들은 것만으로는 내 삶속에서 부처의 실행이 안된다. 왜 중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중생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그 교육이 분별로 작용했다. 육근이 육경을 당했을 때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해진 틀로 보지 말자. 그 아이의 실상을 봐야 한다. 나를 비우고 다가가면 정답이 보인다"고 답했다. 젊은 선객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마음을 토로했다.

문답감정을 마치고 나오는데 후박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일원상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 바람결에 혜능 스님의 예화가 실려온다. 바람에 깃발이 흔들림을 보고 어떤 승려는 "깃발이 흔들린다"고 했고, 다른 승려는 "바람이 흔들린다"고 논쟁을 했다. 이때 혜능 스님이 일어나서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단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다. 눈과 귀를 통해 보고 듣는 것도 마음이요, 생각을 일으키는 것도 마음이다. 다만 과거의 기억과 집착으로 인해 그 마음의 실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대학선방은 그렇게 본래 마음을 바라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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