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으로 문화 교화 톡톡히

▲ 통유리로 만든 강진교당 다례원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남도답사 1번지로 불리는 강진땅에 들어서자 청자빛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선명했다. 청정지역인 만큼 햇살도 맑고 투명하다. 야트막한 집들이 아기자기한 강진의 풍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강진교당(교무 조인수)을 찾아가는 길은 쉬웠다. 강진읍에서 김영랑 시인의 생가와 강진군청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교당을 찾아가던 날, 조 교무는 '다산명전(茶山茗戰)'의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벌써 6회를 맞이하는 다산명전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불리는 강진청자축제에서 (사)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 강진다례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문화교당으로 자리매김

강진교당에서 11년째 근무하는 조 교무는 다도를 통해 원불교 홍보를 톡톡히 했다. 강진청자축제(7.30~8.7일)에서 다산명전(4일)을 펼친다는 것은 강진지역에서 그만큼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산명전은 전통차예절겨루기로 지역간 풍류문화의 교류를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산명전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은 물론 공동체 의식 함양과 효사상을 고취시키는 등 예절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조 교무가 강진교당에 부임했을때의 심경을 토로했다. "군청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불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잘 몰랐다. 대체로 지역민들에게 사이비 종교로 인식되고 있었다."

조 교무는 원불교를 알리기 위해 다도 공부를 시작했다. 강진지역은 주민들이 직접 야생차를 재배해 손수 차를 마시는 문화적 강점을 살렸다. 다도가 강진지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화라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도를 내세우지 못할 만큼 교당이 허술했다. 이에 교당 불사를 위한 천일기도를 시작했고, 봉불식을 통해 강진다례원의 면모를 갖췄다. 다례원을 계기로 지역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 교무는 강진지역 큰 행사에는 무조건 가서 차 무료 봉사를 했다. 그렇게 차 대접을 몇 년 하다보니 다산명전도 여는 계기가 마련됐다.

강진교당 이성민 교도회장은 "다도는 원불교 마음공부에서 정신수양에 해당된다. 마음이 청정해지고 한번 더 마음을 챙기게 된다"며 "다도를 통해 교당문이 넓어졌다. 차문화 활동을 통해 원불교를 알리는게 저절로 됐다. 천주교와 기독교 신자도 차 예절을 배우러 와서 지역사회 교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 다산명전에 참가한 유치부 어린이들의 천진한 모습은 그대로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강진다례원 청소년교화로 연결

다례원을 통해 매년 교육생을 배출하고 지금은 '드림스타트'라는 청소년 다도교실도 진행하고 있다. 드림스타트는 저소득 아이들이 방과후 학교 일환으로 매주 월요일 2시간 정도 다도를 한다.

다례원에서 다도를 교육하는 김가은 교도는 "다도를 배우러 오는 청소년들에게 명상과 마음공부는 필수다"며 "다도후에는 아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활발하게 자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활동으로 4월에 청소년상담센터를 개원했고, 늦봄 문익환 대안학교 학생들이 매주 일요일 교당에 와서 법회를 볼 정도로 지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4일, 강진청자축제 행사가 열리는 강진 청자촌을 찾았다. 조 교무는 "6년째 다산명전을 하다보니 힘은 들지만 지역민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다산명전은 도비와 군비, 청자축제비를 지원받아서 하는 행사다. 이를 위해 다산명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지역민들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당의 울타리가 되고, 간접적인 교화 역할을 한다.
▲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평절하는 모습.

다산명전(전통차예절겨루기) 대회

전국 단위 행사인 다산명전(전통차예절겨루기)에는 유치부와 초등부, 청소년부와 일반부가 참가했다. 행사 내용으로 대회사는 조 교무가 발표했고, 황주홍 강진군수가 참석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유치부 어린이들이 겨루기대회를 할때는 관중의 호응을 얻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평절을 올리고 행다를 하는 모습은 그대로가 천진불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강세현 어린이는 "매일 1시간씩 연습하면서 좋았어요. 차를 마시는 것도 좋구요. 차를 만드는 것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영암교당 윤혜정 교도는 "아이가 성격이 급했는데 다도를 통해 조금씩 차분해졌다"고 거들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도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진 사례가 많았다.

작년에 이어 2번째 참석한 영산성지고 김진석 학생은 "다도를 정성스럽게 여유로움을 가지고 4년 정도 했다. 다도를 할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하다보니 기운이 가라앉았다. 급한 마음,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다도의 매력은 여유로움이다"고 말했다.

강진교당은 차방이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교도들은 법회후에 차방에 모여 공부담을 나눈다. 자연스럽게 교당일도 보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 교도회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100년성업에서 교구내 우뚝선 문화교당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을 잊지 않았다. 지역적 특성을 살린 다도를 통해 문화교당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강진의 하늘은 여전히 비취색이다. 맑고 밝고 영롱한 하늘 빛 아래 청자로 만든 풍경소리는 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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