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응보적 관점
피해자〓가해자〓공동체의 관계 통한 회복

동북아 지역 내 국가 간의 비폭력 실천과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평화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동북아평화교육훈련원(NARPI)에서는 8월16일부터 20일에 걸쳐 하이 서울 유스호스텔에서 약 20여개 국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2011년 여름훈련을 개최했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평화전문가들이 지도를 맡은 세 반은 각각 갈등과 평화의 이해, 평화교육의 이론과 실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체계가 중심 주제였다.

이번에 직접 참여하여 지도한 하워드 제어(Howard Zehr) 교수의 회복적 정의에 대한 이론은 국내에서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손진 옮김, 한국 아나뱁티스트 출판사, 2010년)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이 이론은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어 이미 국내 사법현장에서도 그 적용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회복적 정의는 기독교의 화해와 사랑을 기반으로 국가가 관장하는 사법체제를 보복 중심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참여와 대화, 그리고 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그 요지이다.

하워드는 이러한 이론의 전제를 "어떤 법이 위반되었는가? 누가 위반하였는가? 어떤 형벌이 마땅한가?"에 기반한 기존 사법제도의 근간은 진정한 정의를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누가 상처입었는가? 그들의 요구는 무엇인가? 이것은 누구의 의무이고 책임인가? 이러한 상황에 누가 관여해야 하는가? 어떤 절차를 통하여 해법을 찾을 수 있는가?"라는 내적 요구로부터 출발해야 진정한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보았다.

하워드는 범죄의 피해자가 피해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다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에게든 남에게든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과 조치가 취해지는 정의(justice)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법 절차의 중심에 서야하고 그들의 요구가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자에 대해서 현재의 형벌제도는 법적 책임을 지게 하면서도 도의적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워드는 "자기 행위의 의미(자기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관한 인식 등)를 최대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최대한 잘못을 바로 잡도록 고무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는 데 참가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책임이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하워드는 기독교의 회개와 용서가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치유할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워드는 "용서란 피해자가 범죄 행위와 가해자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더 이상 범죄 행위와 가해자가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용서를 통해 피해자는 자아회복과 치유를 경험하고 범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워드는 "가해자 또한 진정한 자아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받아들이는 한편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회개가 가능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워드는 "많은 목사와 봉사자들이 구원의 길은 자신의 죄와 무가치함을 절대적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고 한다"며 그 이유로 "죄는 자기애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는 범죄 이전의 양자는 물론 공동체와의 관계를 완전하게 회복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재의 일부는 범죄의 당사자와 하나님, 교회, 공동체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그는 현 사법제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즉, 인간의 행동이 소질, 환경 등 개인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사결정론이나 범죄인이 자신의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일어난 결과에 대한 상응한 대가를 받게 하는 응보주의로부터 탈피해야한다는 것과 연관된다.

하워드는 "형법에서 범죄는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정의된다. 즉,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피해자로 정의되고, 따라서 오로지 국가만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다"며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중요시되지 않기 때문에 사법절차는 양자의 화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워드는 서구의 사법체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성서의 응보적 관점을 새롭게 해석하여 이러한 피해자〓가해자〓공동체 구성원의 관계를 통한 회복적 정의가 결코 꿈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현재 세계의 많은 사법 분야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음은 그의 이론이 결코 이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밀양'이라는 영화는 바로 이 회복적 정의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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