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의 마지막을 보조스님은 어떤 스님(부용·芙蓉)이 귀종화상(歸宗和尙)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고 묻고 이에 대해 귀종화상이 답한 내용으로 장식하고 있다. 앞서 바라제존자가 이견왕에게 "성품을 본 것이 부처이며, 불성은 작용하는데 있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면, 귀종화상의 가르침은 단도직입적이다. "그대가 바로 부처이다.(卽汝)"

귀종화상은 마조도일의 제자이다. 육조혜능의 제자가 남악회양이고, 마조는 회양의 제자이니 귀종화상은 법맥으로 보면 혜능의 증손자뻘이다. 법명이 지상(智常)이며, 강주의 여산에 살았다. 신채가 기묘하고 이상하여 보는 사람들이 모두 "왕이 될 상호다"라고 수근거려서 스스로 독약을 눈에 쏘여 눈을 붉게 하여서 '눈 붉은 귀종화상[赤眼歸宗]'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귀종화상에 관련된 일화들은 〈경덕전등록〉 제7권과 〈조당집〉 15권 그리고 〈선문염송집〉 8권에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보조스님이 인용한 것은 〈선문염송집〉에 있는 것이다. 〈조당집〉을 보면 귀종화상과 이만권(李萬卷)이라는 사람과의 대화가 나온다. 책을 만 권을 읽고서 벼슬에 올라 이름이 '만권'인데, 그가 귀종화상에게 "경전에서는 '수미산에다 겨자씨를 넣고, 겨자씨에다 수미산을 넣는다'라고 말하는데, 겨자씨에 어찌 수미산을 넣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묻는다. 이에 귀종화상은 "공의 몸이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어디에다 만 권의 책을 두었습니까?"하고 반문한다. 이로서 이만권이 귀종화상을 스승으로 섬겼다는 일화가 나온다. 이처럼 선사다운 풍모를 지니고 있는 분이 귀종화상이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는 부용의 질문에 귀종화상은 곧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내가 지금 그대에게 말하려 하지만 그대는 믿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믿음'을 확인하는 순간 귀종화상은 곧장 "바로 너다"라고 말한다. '직지인심(直指人心)' 즉 곧장 마음을 가리켜서 전광석화와 같이 깨침에 이르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에 부용이 완전히 깨침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에 부용이 "어떻게 보림(保任)해야 합니까?"하고 물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쓰인 '보림'의 의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보림'이란 '깨침 후에 온전하게 간직하여 잃어버리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즉 간화선에서는 화두 참구를 통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명안종사를 찾아가 인가를 받은 후 보림의 기간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위의 문맥을 자세히 보면 "바로 너다"라는 말에 아직 부용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여기서 보림이 '증명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어떻게 보림(保任)해야 합니까?"하는 말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하는 의미이다.

이에 귀종화상은 "티끌하나 눈을 가리니 허공 꽃이 어지러이 떨어진다"라고 답하고 있다. 여기서 '허공 꽃'이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번뇌 망상을 말하는 것이다. 실체를 정확히 보게 되면 허공 꽃은 저절로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이 말을 듣고서야 부용은 깨닫게 된다.

<충남대·천안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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