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의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논설위원)

원불교라는 교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원불교는 불교인가? 원불교는 불교와 어떻게 다른가? 원불교와 불교는 같은가 다른가? 에 관한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학문을 하고 가르치게 되면서 당면하게 되는 것은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성들에 원불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사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기독교와 가톨릭이 주류종교였지만 지금은 불교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종교성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선수행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기독교의 강력한 종교적 절대성 때문에 기독교를 떠난 사람들이 불교나 선 수행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데 그들은 불교의 특징으로 알려진 선 수행에 매력을 느끼고 선 수행을 하면서 불교사상에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주로 위빠사나 혹은 insight meditation에 호감을 갖고 후기 대승불교에서 나타나는 신앙적 불교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불교에 관심 갖는 서구인들의 또 다른 부류는 기독교적 신앙을 가지던 사람들이 불교에 호감을 갖고 오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는 대승의 신앙적 불교 형태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이 기독교에서 했던 것처럼 대승의 신앙적 영성에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불교 경향을 보면 선 수행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불교사상에 대한 관심이 증대해 지고 있다. 더구나 비서구사회에서 다양한 불교들을 발전시켜온 나라들에서 많은 불교학자 및 수행자들이 자국의 불교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하여 미국을 중요 발판으로 생각하면서 미국에는 이미 다양한 불교형태들이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원불교 사상을 서구사회에 전파하기 위해서 기존에 소개된 불교사상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원불교 사상이 무엇인지 혹은 여러 종파의 불교들이 있는데 원불교는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미주선학대학원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원불교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다른 전통에서 불교사상과 선 수행을 배우고 체험한 사람들이 있으며, 더 나아가 선수행과 근본불교에 집중하면서 대승불교나 원불교에 대해서 지나치게 종교성을 가진 것에 대해서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로 인해서 미국의 보편적 지성사회에 원불교 사상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사실 원불교에도 천도제 등에서 나타나듯이 윤회사상도 들어와 있고 기도나 심고 등 신앙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교학연구의 경험을 통해서 보면 원불교 사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쓴 <조선불교혁신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불교혁신론에서 제기된 내용은 이후 원불교정전 총서편과 대종경 서품에 불법을 재천명한 의의와 미래 세상을 위한 새로운 불법의 방향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불법의 재천명과 혁신불교의 내용은 일원상진리와 사은사상 그리고 삼학수행으로 요약된다.

수많은 도전과 비판 속에서 원불교 사상의 정체성을 찾고 소태산대종사의 비전을 새롭게 점검하면서 무수한 도전과 비판 속에서 털고 또 털고 양보하고 양보하면서 더 이상 털어낼 수 없는 진귀한 보석이 바로 일원상진리와 사은사상과 삼학수행이라는 점을 재발견하게 된다. 소태산대종사도 원불교의 핵심사상으로 일원상진리와 사은사상과 삼학팔조를 천명하면서 이 외의 가르침들은 시대와 지역의 특성을 따라서 가감할 수 있다고 했다.

원불교 개교 백년을 앞두고 우리 교단은 교법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미국에 선학대학원을 설립해 미국교화를 위한 교역자를 훈련시키고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교화의 핵심 역할을 할 원다르마센터(Won Dharma Center)의 주요건물들이 완공되어 봉불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시대적 인심을 따라서 시행되어 온 사소한 복장의 문제나 전무출신제도 등에서 원불교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털어 버리고 또한 핵심교법을 중심으로 국가와 지역에 맞지 않은 수행은 과감하게 놓아 버리는 시도들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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