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쇠항아리 (이하 줄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


모더니즘과 보수주의가 유행하던 1950, 60년대에 신동엽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자각을 민중시로 정착시키는데 앞장선 민족시인이다.

개천절(開天節)은 단군이 하늘을 열고 나라를 건국한 날이다. 하늘은 곧 마음이니 굳이 불교의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나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을 들먹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동엽 시인은, 마음을 제대로 닦아 하늘이 맑아진 때가 바로 동학농민혁명, 삼일운동, 그리고 4·19혁명이라고 보았다. 그러니 선구적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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