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대종사께서는 〈대종경〉 불지품 10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공부가 최상 구경에 이르고 보면 세 가지 통함이 있나니 그 하나는 영통(靈通)이라, 보고 듣고 생각하지 아니하여도 천지 만물의 변태와 인간 삼세의 인과 보응을 여실히 알게 되는 것이요, 둘은 도통(道通)이라, 천조의 대소 유무와 인간의 시비 이해에 능통하는 것이요, 셋은 법통(法通)이라, 천조의 대소 유무를 보아다가 인간의 시비이해를 밝혀서 만세 중생이 거울하고 본뜰 만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니, 이 삼통 가운데 법통만은 대원정각(大圓正覺)을 하지 못하고는 얻을 수 없나니라."

불교의 신이한 삼명육통(三明六通)을 대종사께서는 일원의 진리에 입각하여 영통·도통·법통으로 바꾸어 설한 대목이다.

보조스님역시 신통변화의 문제를 자신의 깨침과 닦음의 원리인 돈오점수의 체계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즉 도에 들어가는 문이 다양하지만 그 요점은 돈오(頓悟·단박 깨침)와 점수(漸修·점차적인 닦음)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돈오점수는 뒤에서 자세하게 논의될 것이지만, 그 방법은 먼저 깨닫고 뒤이어 닦아 나아가는 선오후수(先悟後修)를 말한다.

실제로 모든 성인들은 이러한 돈오점수, 선오후수의 방법을 취하였으며, 단박에 깨치고 일시에 완성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도 과거에 깨달았다가 지금 생에 완성한 것이니 큰 범주로 보면 돈오점수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조스님은 말한다.

신통 변화라 하는 것은 통달한 사람의 입장에는 오히려 요망하고 괴이한 일이며 또한 성현의 보잘것 없는 일에 불과한지라 비록 혹 나타났다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거늘, 어리석은 무리들이 망녕되이 한 생각을 깨달을 때에 곧 따라서 한량 없는 묘용과 신통 변화를 얻는다 하니 이러한 견해를 가진 자는 모난 나무로 둥근 구멍에 맞추려함과 같이 크게 어긋난 일인 것이다.

결국 보조스님이 주장하는 돈오점수의 수행은 '깨침 →닦음 →완성'의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신통변화는 언제 나타나게 되는가? 그것은 돈오의 순간이 아니라 돈오 이후 점차로 닦아 나아가는 점수의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대혜어록〉에서 "이치인즉 돈오이어서 깨침과 동시에 번뇌가 녹여지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단밖에 없어지지 않고 점차로 없어진다"는 말을 인용하여 이러한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 돈오점수의 주창자인 규봉 종밀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얼음 언 연못이 온전히 물인 것은 알았지만 햇빛을 받아야 녹고 범부가 바로 부처인 것을 깨쳤지만 법의 힘을 빌어서 익히고 닦아야 한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잘 흘러 물대고 씻는 공덕을 두루 나타내고 망념이 다하면 마음이 신령하게 통하여 반드시 신통광명의 작용을 나타낸다."

이처럼 신통변화의 문제는 깨침 이후 닦음의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통변화를 부리는 것을 기준으로 깨친 자인가 아닌 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대·천안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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