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이하 줄임)
벼 - 이성부(李盛夫 1942 ~ ? 시인)
전남 광주 출신인 이성부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과 서민의 정한을 담아내는 사실주의적인 시를 썼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엔 역사의 폭력과 절망, 자기 학대, 죄의식이 충돌하는 시를 발표했다.
1973년에 발표한 이 시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민중, 곧 벼의 노래이다. 그래서 더 큰 사랑의 힘이 생긴다. /
이원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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