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100년, 자신성업봉찬 체험수기 접수 작품

어젯 밤에도 수많은 꿈과 번뇌 속을 헤맸다. 낮에 써야 할 체력을 밤사이 다 써버려서 또 체력이 바닥났다. 법회가 있는 토요일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에 교당에 가지 말까하는 마음이 머리를 든다. 법과 마 사이에서 조금 갈등 하다보면 법회에 지각하기 마련이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라는 얼굴로 법회를 보고 단회에 참석했다. 오늘은 최희공 원무님이 우리단과 함께 했다. 어려운 마음이 들지만 지금의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회화시간에 말했다. 최 원무님께서 느끼시기에도 나의 기운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일심공부"라고 말씀하시는 데 순간 일심이 된다. 지난 2년여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며 괴로웠는데, 해결의 열쇠를 찾은 느낌이다.

일심이 돼야 불면증과 체력저하로 인한 반복되는 질병, 그로인한 생활의 무기력, 휴직을 했지만 해결되지 않던 건강상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부터 일심의 길을 찾지는 못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태어남과 동시에 입교를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교당에 다니기 시작해 잠시 교당을 쉰 대학 4년을 제외하고는 교당에 계속 다녔다. 그러나 오랜 기간 교당에 다녔다는 것이 때론 부끄러울 때도 있다. 옆집 친구네 놀러 다니듯 그냥 다니기만 해서 마음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니던 버릇 때문인지 힘들 때는 교당을 찾게 되고, 이 법에 의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내 삶의 고비마다 그래왔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가장 아프고 큰 고비 속에서 이제야 진정으로 마음 공부하는 원불교인이 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계속 같은 질병이 반복되었다. 체력저하가 원인이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하는 데 한 달에 두 번씩 계속 병원에 다녔고, 연말 정산하면서 보니 한 해 동안 병원비로 쓴 돈만 300만원이 넘었다. 결국 올 한 해 근무하던 학교를 휴직하게 되었다.

이후 2월에는 결혼을 했고, 4월에는 할머니가 목욕탕에서 넘어지셔서 돌아가셨고, 4월 말과 5월 초 두 번에 걸친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치게 되었다. 신혼집과 친정집의 이사가 있었으며, 7월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다. 학교에 있을 땐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많아서 힘들었던 것이고 휴직을 하면 몸도 마음도 푹 쉬고 예전처럼 체력이 좋아져서 으쌰으쌰 할 줄 알았는데 세상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일이 없어야 쉴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이라는 것은 늘 있는 거고 그 가운데 내가 쉴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심으로 내 안의 힘을 쌓기 위해 이 법에 매달리기로 했다. 그 시작은 시민선방의 여름 훈증 훈련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생활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자 했다. 훈련을 나는 내 마음에 자기 잘못에 대한 과도한 집착심, '내가 어떻게 성불을 하겠어'라는 중생심과 같은 어리석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훈련을 마치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 공부를 해 보아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우선은 좌산상사님이 일과로써 득력하라고 했는데 일과를 지키지 않으면서 마음의 자유를 얻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과를 지켜 득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에 돌아와서 원학습코칭에서 만든 마음공부 다이어리를 펴고 유무념도 다시 철저히 잡고, 계문도 점검하고, 새벽 좌선과 사시 정진에 힘쓰며 교전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계획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삶을 법으로 챙기다 보니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틈나는 대로 법문을 읽다 보니 경계를 만나 마음이 요란하거나, 어떠한 일이 생기면 법문이 생각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진리적인 해결법을 찾게 되었다. 전 같으면 분별심으로 원망심을 자주 냈던 일도 법문에 대조해 일 처리하니 오히려 감사심이 생겨나고 그곳에서 기쁨을 얻게 되었다.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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