採藥忽迷路 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

千峯秋葉裏 온 산이 가을 단풍으로 물들었구나

山僧汲水歸 산에 사는 중이 물을 길어 돌아가고

林末茶烟起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나네.

'산중(山中)' - 이이 (李珥 1536- 1584 선조 때 학자)


이이의 호는 율곡(栗谷), 덕수 이씨로 강릉 오죽헌에서 출생하였다. 동서 당쟁의 조정에 힘을 기울였으며, 이황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대립하여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을 주장하고 기호학파(畿湖學派)를 이루었다.

율곡은 주로 신사임당의 지도로 13살에 진사시에 합격한 뒤에 무려 9번이나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리었다. 청년시절에 58살의 이황을 직접 방문한 뒤에도 줄곧 서신교환을 할 정도의 탐구적인 성리학자였지만, 무엇보다 부패한 사회를 개혁하려고 노력한 실학자이며 실천적인 인물이었다.

이 시는 16살에 모친 신사임당이 죽자 3년간 시묘살이를 마친 뒤 금강산에 들어가 불교를 공부할 무렵에 지은 듯하다. 물론 다음해 자경문(自警文)을 짓고 하산하여 유학에 몰두했지만, 이 시에서 풍기는 쓸쓸함, 적막감, 그리고 어떤 구도적(求道的)인 맛이 사람을 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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