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교화 절실함이 교화로 이어지다

▲ 중앙총부에서 열린 원100교화실천경진대회에서 전주교당이 실천상을 수상하고 기뻐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문화의 도시 전주교당을 찾았다. 노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펼쳐져 가을 풍경을 전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인지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도로를 점령했다. 바람 한 자락에 은행잎이 휘날리는 모습은 그대로가 만추다. 이런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며 교당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전9시. 법회가 시작되려면 아직 1시간이 남았다. 그런데도 교도들은 벌써부터 주차장이나 안내석에서 법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오늘 법회는 1년에 한번씩 여는 대동(大同)법회다. 결실기 가을에 교도들의 가족과 인연들을 초청하는 기연을 만들고 있다. 올해로 네번째이다.

대동법회 500여명 만선 출항

법회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1층 교당 안내석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새로온 인연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4층 대각전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인연들로 가득찼다. 현관 안내를 맡은 정대혁 단장은 계속 "신입교도 입니다"며 또 다른 안내자에게 인도했다. 정 단장의 목소리는 맑고 힘이 있었다.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날 새로 입선한 교도가 270여 명이다. 대동법회는 500여명이 함께 법잔치가 열렸다.

갑자기 전주교당의 이런 움직임이 궁금했다. 그 근원을 알아보니 100년성업을 앞두고 중앙총부에서 교화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에 발맞춘 행사다. 원불교 교단이 4대 종단에 들어서면서 교도들도 기독교의 대부흥회 처럼 교법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박경원 교도회장은 "전주교당이 7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시민들이 의외로 원불교를 잘 모른다. 원불교 교도들의 특징이 소극적이다. 신입교도가 왔을때 적극적으로 살피고 안착할수 있도록 이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역의 정서가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하다. 경상도는 숫자가 적어도 열정적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박 교도회장은 온고을장례식장 사장으로 3년을 근무하면서 가족교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교도들이 아무리 법사이고 법위가 항마위에 올라도, 자녀 교화가 안되면 열반할 때 원불교 의식으로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기독교 자녀들이 많아서 일원상 휘장도 못걸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교화가 안되면 원불교는 그 당대에 끊어지고 만다. 가족교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교화를 위한 다양한 법망

이처럼 대동법회는 가족교화의 연장선상이다. 대동법회 일정도 수능시험 이전으로 잡아서 교도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기연을 만들었다. 교당에서는 1년에 한번 대동법회로 주위의 모든 인연들을 위해 큰 그물을 친다면 매월 첫주 가족법회를 통해서는 작은 그물을 던지고 있다. 교화를 위해 다양한 법망을 교도들이 주인이 되어 만들고 있었다.

김제은 부회장은 "매월 첫째주 가족법회에 사위와 며느리 손자녀까지 모두 참석한다. 특별히 출장이나 다른 일이 있을 때에는 한달에 1번은 법회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가족교화가 대불공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법회 후에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상에서는 매일 아침 식사를 할 때 법문을 듣게 하는 청경(聽經)을 통해 스스로가 교화의 주체자로 나섰다. 바쁜 직장생활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법문으로 일깨우기 위함이다.교도들과 만나 교화이야기를 나눌수록 무언가 에너지가 꿈틀거렸다. 소극적 교화에서 적극적 교화로 가는 과도기처럼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주교당은 2년 동안 교화단으로 항단과 저단의 기초를 다졌다. "현재는 교화단이 대안이다"고 말하는 강중수 부회장(교화협의회 의장)은 "옛날에는 가족이 10명 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남매끼리 화합하고 소통하며 행복공동체를 만들었다. 현재는 가족해체 위기 상황이다. 누구나 외로워 한다. 이럴때 교화단을 잘 활용하면 가족 교화단, 직장내 교화단, 친구간 교화단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부터 형제보다 더 가까운 행복공동체를 교당에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처음에는 교화단이 딱딱할 수 있지만 법과 정이 통하면 재미와 인정이 넘치는 교화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복공동체를 위해 전주교당은 올해부터 법회후에 점심공양을 하고 있다. 식사 준비는 여자단이 하고 법당 청소나 안내, 정리는 남자단들이 도맡아서 한다. 교도들의 반응이 좋다. 훈련도 교화단별로 함으로써 친목을 다지고 있다.

특히 100년성업 릴레이기도를 통해 교화단원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정대혁 단장은 "단원중에 100년성업의 기도를 주례할 경우에는 전 단원이 참석한다. 직접 경종과 목탁을 치며 불전도구를 사용하니까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기도하는 기연을 만들었다. 기도 후에 단원들과 자연스럽게 친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전주교당은 가족과 같은 행복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화 지원단'을 만들었다. 즉 활동하고 봉사하는 교화단으로 핵심동력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교화 지원단은 합창단, 법문사경단, 독경단, 순교단, 멘토단, 취미 동아리단 등 다양하다. 특히 멘토단은 신입교도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챙기는 단이다. 취미 동아리는 탁구동우회, 난타교실, 기타교실, 영어회화교실 등 메뉴가 많다. 강중수 부회장은 "우리 교당의 애로사항은 교도들의 연세가 높아 동력이 떨어진다. 젊어지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젊어지기 위해 문화적인 면에 비중을 많이 뒀다. 교화단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대동법회에서 성가합창단이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교화단교화 실천상, 법문사경 특별상

전주교당은 출가교화단 총단회의 원100 교화실천경진대회에서 교화단교화 실천상을 수상했으며 법문사경 특별상까지 받는 성과를 냈다. 법문사경은 회원수가 114명으로 참여인원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교도들은 법문 사경을 통해 교리 실력을 향상하는 한편 가족을 간접적으로 교화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원로 교도들은 며느리와 자녀들을 동원해서 법문사경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미담으로 들려왔다.

이상선 교무는 "우리 교당이 입교을 많이 시켰지만 법회 출석으로 이어지지 않아 가족교화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교무가 바뀌고 새로 부임하더라도 교도가 스스로 챙기고 연결할 수 있도록 교도들을 교화단과 훈련으로 정예화했다. 행사를 추진할 때도 교도들이 교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화선상에 교도가 중심이 될 때 교화도 살아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대동법회에서 조정근 원로교무는 "원불교 교법의 진수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모든 인연을 부처님으로 모셔야 한다. 가족들을 해바라기 부처님으로 모시고 그대로 실천하면 교화는 된다"며 "자기를 다스리는 비결은 대종사님의 마음을 내가 경험하는 일이다. 누구를 통해서 내가 듣는 것이 아니라 대종사님 마음과 직통해야 한다"고 설법했다.

법회를 마치고 다시 가로수를 점령한 노란 은행잎들과 대면했다. 교도들이 가족과 주위 인연들에 법종자를 뿌리기 위해 교화하는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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