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雁秋聲遠 가을 기러기 한 마리 멀리서 울고

數星夜色多 밤에 헤아리는 별은 색도 요란하구나

燈深猶未宿 등불이 깊어지니 잠도 오지를 않고

獄吏問歸家 옥리는 집에 가고 싶지 않는가 묻네

天涯一雁叫 하늘 끝 기러기 하나 울며 지나가니

滿獄秋聲長 감옥에도 가득 가을 바람소리 길구나

道破蘆月外 갈대가 쓰러지는 길 저 밖의 달이여

有何圓舌椎 어찌 너는 둥근 혀를 내미는 것이냐.



'옥중시(獄中詩)'-한용운(韓龍雲 1879-1944 승려 시인 독립운동가)


한용운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백담사에서 출가, 법호는 만해(萬海),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시집 〈님의 침묵〉을 남겼다.

만해는 동학농민혁명 때 집을 떠나 승려가 되었다. 3.1운동 때 감옥에 갇혀 '조선독립의 서'를 검사에게 제시하여 민족적인 기개를 떨쳤는데, 이 시에는 그 감옥살이하는 인간 만해의 진솔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개혁적인 승려, 독립운동가, 뛰어난 시인, 불교의 이치에도 밝아 〈불교대전〉을 편찬한 만해는 1913년 백담사 오세암에서 바람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크게 깨우쳤다고 한다. 그런 스님도 3년을 갇혀 지낸 가을 감옥에선 역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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