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 교도·부산교당(논 설 위 원)
원기100년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설렘과 답답함이 가슴 속에 교차됨을 자주 느끼게 된다.
어느 조직이든지 보직을 맡은 이들은 그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앞장서서 자신의 임기 중 훌륭한 업적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우리 교단의 원기100년 성업봉찬을 위한 힘 모으기에 오랜 기간에 걸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재가출가 원불교인들에 대한 원기100년 이후가 염려스럽다.

한가지 일에 너무 오랫동안 진력을 하고보면 그 일이 끝난 뒤에 찾아오는 무력감과 허탈감에 한동안 힘들 것이 분명하기에 지금부터라도 아래위와 좌우의 챙김과 속도 조절이 필요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과업을 정하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전 조직원의 기운을 적절히 모아 운용할 수 있어야 모두가 성공의 기쁨을 함께 오래 간직할 수 있지만 누적된 피로를 무시한 채 앞으로 내달리기만을 주문한다면 성공 뒤에 맛보는 성취감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몇년 남지않은 이 시기에 한 번 더 추슬러 간다는 의미의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원불교정책연구소가 6차 혁신세미나로 진행한 '전무출신 복지향상을 위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이미 지친다고 생각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전무출신이 77.2%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치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계기는 '저조한 교화현실'(29.9%), '과중한 업무'(25.3%) 및 '신앙· 수행에 대한 갈망'(20.4%)순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남자 전무출신의 경우는 '경제적 어려움'(44.1%)이, 4급과 5급 집단에서는 '교역자 상호간 갈등'(41.0%, 36.7%)이 가장 큰 계기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치거나 무력감을 느낄 때의 대처방법으로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64.0%)와 '그냥 참고 산다'(17.4%)로 응답했으며, 81.4%가 우울이나 소진, 정신적 무력감을 실질적으로 회피하거나 무방비 상태로 장기간 방치해 놓고 있어 정신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며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지쳐있다고 생각할 때 본인이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입니까'라는 서면면접 질문에서 한 응답자는 "누군가 알까봐 창피하고 깊은 우울증이 투사될 수 있어 주변에 말하기 힘들다"며 그냥 혼자 대처해 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무출신 대부분(83.0%)은 교단 차원에서의 정기적인 점검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가의 신분으로 곁에서 지켜본 교무님들의 힘든 업무량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인 바 우리들의 사표인 교무님들의 처한 상황이 이럴진대 문제점을 직시하고 타개해 나가도록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경산종법사님께서 미주순방 보고 특별법회에서 "우리가 토끼 걸음을 걸을 것이 아니라 거북이처럼 천천히 여건을 마련해 가지고 나아가면 미주교화와 세계교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이를 위해 거북이 걸음으로 차근차근 쉬지 말고 순서있게 해나가야한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이다. 교화는 사람이 한다"라는 요지의 법문을 주셨다.

평소에 사람이 재산이라고 믿고 있는 필자도 어렵게 전무출신의 뜻을 세워 이 길에 나선 교무님들의 애로 사항을 더 늦기 전에 귀담아 듣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동참하는 운동이 되어야지 한 쪽에서는 벌써 지치거나 무력해짐을 보이는데도 앞에서 끌기만 해서는 머리통만 커지고 중간층과 다리부분은 부실한 형태의 괴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만 년 교운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소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회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함께 각자의 능력에 맞게 백 년 성업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드러내 보이기 위한 소모임,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명칭만 다른 모임들만 통폐합을 하여도 숨을 좀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백년성업의 산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지금,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정상 정복을 앞두고 마지막 캠프를 출발하는 전문 산악인들처럼.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토끼 걸음이 아니라 거북이 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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