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부경〉에서 '인만물지도(人萬物之盜)'라 하여 만물은 사람의 도적이라 하였다. 듣기 거북하게 만물이 왜 사람의 도적이라 하는가? 우리 인간의 마음이 도적맞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만물이 사람의 도적이라는 말에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만물은 사람의 도적이라는 것은 불경에서도 거론하고 있다. 〈경덕전등록〉에서 말하기를, 만약에 만물에 무심하면 도적은 아니라고 하였다. 사람이 만물에 도적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무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심을 유지하면 그와 같은 중생심도 사라진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를 도둑으로 유혹하는 만물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대인접물(待人接物) 과정에서 나타나는 외경(外境)으로 재색명리 등 오욕칠정을 유발하는 모든 것이다. 순간 방심하면서 여기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방의 것을 불의하게 훔치는 것을 도적의 행위라 하여 불교에서 도적질을 하지 않는 것(不偸盜)을 청정 계행으로 삼았다. 도적은 고금을 통하여 인류의 심신을 고통스럽게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른 일을 행하라고 가르치는데 〈잡아함경〉이나 〈본생경〉에서 도적질하는 행위를 절대 금했다. 석존 입멸 후 잔인한 도적행위로 이름을 떨쳤던 앙굴리말라(Angulimala)도 불가에 입문하여 석가의 법문에 감화를 받아 제자가 되었다.

도적질이 불성(佛性) 발현에 반하는 무서운 이유를 알아야 한다. 〈업보차별경〉에서 밝힌 바, 중생이 빈천보 받는 열 가지 죄업은 모두 도둑질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첫째 스스로 도둑질을 잘 함이요, 둘째는 다른 사람을 권하여 도둑질을 하게 함이요 셋째는 도둑질하는 법을 찬성함이요, 넷째는 도둑질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좋아함(12장) 등이라 했다.

불성이 도적질 당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이에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에서 만물에 도적질을 당할 것에 대하여 경계하고 있다. 그는 잠깐이라도 방 안을 떠나실 때에는 문갑에 자물쇠를 채우며 말하였다. "나의 처소에는 공부가 미숙한 남녀노소와 외인들도 많이 출입하나니, 혹 견물생심으로 죄를 지을까 하여 미리 그 죄를 방지하는 일이니라"(실시품 17장). 견물생심이란 만물이 사람을 도적으로 만드는 잠재적 경계로 삼은 것이다.

요컨대 어떻게 하면 만물에 도적질을 당하지 않을 것인가? 청정 계행(戒行)과 불의를 범하지 않는 무시선의 실천이다. 대종사는 이에 말하길 마음을 바르지 못하게 사용하면 모든 문명이 도리어 도둑에게 무기를 주는 것과 같이 된다(〈대종경〉 교의품 30장)고 했고, 정산종사는 도적계를 지키면서 의 아닌 재물을 취하지도 말라(〈정산종사법어〉 경의편 34장)고 했다. 만물이 사람의 도적이 되지 않기 위한 성자의 가르침이 고금을 꿰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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