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심으로 극복하기엔 한계, 변화 요청

▲ 역전보화당한의원 장진수 직원이 약을 조제하고 있다.
▲ 부산원광한의원의 물리치료실.
원불교100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교화현장은 곧 교단 혁신을 리드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교화현장, 교단 혁신을 리드한다'는 주제로 1주 사회복지와 교화, 2주 교당과 교화, 3주 산업기관의 혁신, 4주 현장교화 혁신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에 대한 좌담을 게재한다.

급변하는 사회환경과 국내외적인 경기 악화로 원불교 초기교단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보화당 한의원들이 전례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최근 몇 년간 매출 추세를 보면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보화당한의원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0년 전통의 보화당

보화당은 원기19년 의료사업을 통해 원불교의 일원대도를 실현하여 재생의세를 구현하고자 설립됐다. 보화당약방을 시작으로 근 80년동안 전국에 17개 보화당한의원, 원광제약, 진안우수한약재유통센터, 3개 약업사로 늘어났다.

과거 보화당한의원은 영육쌍전과 이사병행의 정신에 바탕하여 성실한 공신력을 가지고 자리이타의 상도 아래 지역사회와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했다. 이를 통해 전국 한의업계는 물론 각지 각처에서 보화당의 상호를 알게 되었고, 약재의 상호 거래와 보화당을 찾는 환자의 수는 전국에서도 으뜸이었다.

대내적으로는 교단에서 추진하는 크고 작은 사업을 후원하는 수익기관으로 간접교화의 장 역할을 했다. 교단 초기에서부터 공부하며 일하는 영육쌍전의 도량으로서 인재양성의 한 몫까지 담당해 왔다. 또한 산업기관으로서 교단의 목적사업, 총부유지 등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여 왔으며 어려운 교당에 십시일반의 정성을 함께 했다.

보화당한의원 현황

현재 전국에 설립된 17개 보화당한의원의 총 매출액은 최근 몇 년째 계속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보화당한의원의 전체의 총 매출액은 원기85년의 99억원을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후 갈수록 그 기울기가 급격해져서 원기89년에는 73억원까지 크게 위축되었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더욱 심각해서 원기85년 30억원을 최고점으로 위축되기 시작해 불과 4년만인 원기89년에는 50%수준인 1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처럼 매출의 하락추세가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과거 교단 교금의 상당부분을 책임졌던 보화당들 중 몇 개 기관을 제외하고는 교금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대전 보화당한의원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어 한방의료산업의 어려움을 실감케 했다.

지금까지 보화당한의원의 발전은 경영이론에 근거하기 보다는 출가교역자들의 혈심 혈성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더 이상 정성스러운 노력만으로는 경제활동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 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일반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고, 보약이라는 한약의 이미지는 필수지출 항목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화돼 한약보다는 홍삼제품을 비롯한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런 건강기능식품은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자연히 보화당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부터 한의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한의학으로 몰렸다. 현재 한의사 수는 약 16,000명이며, 그 중 한의원에 종사하는 한의사 수는 13,000명 정도이다. 지난 10년간 배출된 한의사 수는 8000여 명이나 됐다. 대체시장의 성장으로 한의학 시장이 축소된 반면 한의사들의 과잉공급으로 한의원들이 우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대부분 한의원들의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역전보화당한의원 문성도 도무는 "이와 같이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생긴 한의원의 어려움을 출가교역자들의 혈심 혈성으로만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화당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외적인 환경요인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적절한 재투자와 전문인재양성의 소홀, 비효율적인 행정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화당한의원이 이와 같은 문제점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와 특성화로 활로 개척해야

보화당한의원도 산업기관이기에 보화당한의원의 활동은 시장경제법칙을 준수하고 시장원리를 따라야 한다.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거나 거스른다면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 보화당한의원은 열심히 벌어서 총부유지와 목적사업에 지원하기에 바빴기에 전체적으로 재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사회의 변화와 소비자 욕구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그로인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보화당한의원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재투자로 시설, 직원 교육과 복지 등을 향상시켜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요즘 같은 경제불황에도 고속성장하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살펴보면 끊임없는 재투자로 척추치료전문, 자생한방병원, 암치료 전문, 소아 전문 함소아 네트워크 등과 같이 모두 특정 질병이나 특정 대상으로 특성화시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의원 수가 적었던 과거에는 일년에 한두 차례 찾아오는 보약환자들만 잘 관리하여도 한의원 운영이 충분했지만 이제는 특성화하거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2년 사이 역전보화당한의원도 시설투자와 경영컨설팅을 통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로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환자뿐 아니라 직원도 행복한 한의원으로 거듭났다.

문성도 도무는 "투자를 한 만큼 지출도 증가한다. 하지만 어렵다고 한의원을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않는다면 결국 문을 닫게 된다"며 "앞으로 뛰어난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누가 와서 진료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화당 특성상 한의사가 자주 바뀌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안양한의원도 재투자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6개분원을 운영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안양한의원 이중천 교무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분원을 10개로 늘려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원불교 보화당한의원과 원광허브를 연계한 보화네트워크를 만들어 더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투자와 함께 전문인재육성에도 새로운 변화와 돌파구가 필요하다. 과거 교단적으로 전문인재육성사업으로 인재를 육성했지만 대부분 인재가 교단을 떠났다. 그들이 왜 떠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전문인재의 특성을 잘 파악해 전문직에 걸 맞는 대우와 여건을 조성해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전문인재 유입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 외에도 비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을 과감히 바꿔 보화당한의원의 수익창출을 극대화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는 누구에게나 닥친다. 이때를 슬기롭게 보내는 개인이나 조직은 다시 흥하는 시기를 맞이하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망하게 마련이다. 어려울 때 무엇을 하는가에서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려움에 과감히 맞서 변화와 혁신을 할 때 비로소 보화당한의원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보화당한의원이 살아나야 그 속에서 교법의 사회화를 위한 교화도 운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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