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법사님, 기체후일향만강 하시옵니까. 신은 원남교당 청년회에 나가고 있는 연극배우인 서른살의 청년 한상돈이라고 하옵니다. 오늘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상소를 하게 되었나이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요새 대학로에 있사온데, 이곳은 주말이면 수 만 명이 몰리는 한국의 연극과 뮤지컬의 중심이옵니다. 그러한데 돌아가는 형세를 살펴보면 점점 재미있는 작품이 많아지고,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지라 이곳에 우리 원불교의 문화교화 씨앗을 심으면 어떠할까 하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웃 종교인 교회 같은 경우에는 이미 극단이 여러 곳이 있으며 극장 또한 많이 가지고 있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게 작품으로 만들어 올리고 대중에게 말하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교회인들은 1년 중 아무 때라도 대학로에 나가서 한 번 둘러보기만 하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성극을 볼 수가 있나이다.

허나 우리 교단은 아직 극장이 없고 형세가 미미하여 이번에야 겨우 원기97년 1월에, 그것도 원불교라는 이름을 빼고 변방의 한 극장을 일주일간 대관해 작품을 올리니 물론 시작이 미미하다 하여 실망할 것은 없더라도 지금의 형편이 대강 이러하나이다.

저도 이번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지만, 이번에는 원불교의 이름을 넣지 않고 진행하는데도 극장을 빌리는 자체에 무척 어려움을 겪었나이다.

그리하여 신 원남 청년 한상돈은 종법사님께 감히 청컨대 대학로에 변변한 극장 하나만 지어주소서. 관리는 어느 재능 있는 교무에게 맡기시더라도 평상시에는 극장을 대관하여 수입을 내고 1년 중 한 두 달을 빼어 우리 작품하는 데 쓰면 그 값어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키 어려울 것입니다.

보시면 서울교구 청년들이 문화 축제도 하고 연극제도 하면 좋으련만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회관 말고는 변변한 극장 하나가 없나이다. 이번에 극장을 하나 짓는다면 이것은 원불교 문화교화의 중심이 될 것이옵니다.

신이 이번에 작품을 올리기 위해 여배우들 오디션을 했나이다. 그리하여 재능 있는 배우들에게 원불교의 이미지를 물어 보았더니 대부분의 반응들이 호의적이었나이다. 이럴 때 우리가 극장을 짓고 교화를 해 나가면 미래에는 그 극장에서 교화를 얻은, 우리 진리를 바탕으로 한 세계적 스타가 나올 수도 있나이다.

소극장은 큰 돈이 들지 아니할뿐더러 좋은 자리에 극장만 잘 지어놓으면 이윤이 날 것은 틀림이 없사옵니다. 이번에 극장을 지으면 원기100년기념성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이번에 짓지 아니하면 원기110년, 120년이 되었을 때 또 다시 극장을 대관하며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이윤은 분명 몇 배가 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진리적, 교화적인 이윤은 수백, 수천 배에 달 할 것이니 종법사님께서는 부디 관심을 갖고 서울 대학로에 극장 하나만 지어주소서. (극장을 매입해도 좋으나 기왕이면 지어주소서)

만약 내년에 그리만 해주시면 현재 원기96년에 신의 나이 서른인데 원기150년, 신의 나이 여든넷까지 저의 일생을 불철주야 원불교의 문화교화에 앞장서 이 사회에 문화 뿌리를 내리는데 정진할 것을 서원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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