報國無效老書生 나라의 은혜를 갚지도 못하는 늙은 서생

喫茶成僻無世情 차 달이며 세상 피하니 세상 마음 없도다

幽齋獨臥風雪夜 눈보라 치는 밤에 깊은 재실에 홀로 누워

愛聽石鼎松風聲 돌솥에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 즐겨 듣누나.


'돌솥에 차 달이며(石鼎煎茶)' -정몽주(鄭夢周 1337- 1392 고려 말 유학자)


정몽주의 호는 포은(圃隱), 공민왕 때 성균관 학감으로 개경에 오부학당, 지방에 향교를 세워 유학의 진흥을 꾀했으며 시문에도 능하여 <포은집>을 남겼다. 기법이 참신한 포은의 시는 호탕하고 풍류적이라고 평한다.

포은은 여진과 왜구를 물리치는 전쟁에 참여하고, 명나라를 지지하면서 원과 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등 외교적인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도리를 지키고 명분을 세우면 질서가 유지된다고 믿으면서 도학적인 시의 경지를 개척하였지만, 새 왕조를 세워 사회개혁을 추구한 정도전 일파에게 밀린 끝에 이방원에게 살해당하였다.

이 시는 포은(圃隱), 즉 '채소밭에 은거한다'는 그의 호처럼 모처럼 자연에서 평온함을 찾은 그의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고적감이 서려있는 것은 왜 그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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