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예원 교도·일산교당(논설위원)
매년 반복되어 돌아오는 12월 연말이지만 습관처럼 해마다 연말이 되면 아쉬운 마음과 함께 조금씩 흥분된다.
한 해가 가기 전에 그간 미처 못다 한 일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쩐지 마음들이 바빠지고 있다.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거리의 상점들이나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백화점에는 연말모임 또는 송년선물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또한 연말이 되면 방송국 이웃돕기 성금ARS도, 구세군의 자선남비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양로원, 독거노인, 고아원 등을 찾아가는 온정의 손길들도 바빠진다.

그런데 몇 년째 경기가 어려워 사회 분위기가 스산하고 불안해서인지 해마다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기부단체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기부문화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이 2009년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평균기부액은 18만2천원(2009년)으로, 미국의 1인당 기부액수 2006년 기준 113만원, 캐나다 2004년 기준 35만원과 비교해 보면 매우 낮은 편이라 한다.
GDP 대비 기부금비중이 0.85%로, 2.2%인 미국의 5분의 2 수준이며 개인 기부 비율도 1999년 29.3%에서 10년 만에 64%로 늘어나는 큰 발전이 있었지만 미국의 개인 기부비율 74%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기 기부자도 미국이 70% 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24.2%이고 그것도 실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실태는 개인보다 기업위주로 기업의 세금혜택을 위한 기부금 영수증 받기에 급급하다.
어느 단체에 기부해야 세금혜택의 비율이 높은가를 계산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개인의 경우도 순수한 자선기부 보다는 경조사비와 종교적 헌금의 비중이 훨씬 높다 한다.

2009년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도는 기업 59%, 개인 23%, 사회종교단체 11%, 공공기관 7%의 순으로, 미국의 경우 개인 83%, 재단 13%, 기업 4%인 것과 대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은 기부문화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기업 기부가 많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으나 이것이 절대적 비율이 아닌 개인기부가 적은데 따른 구성비의 상대적 증가 현상이라니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거부 빌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는 나눔 재단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돈을 그저 좋은 일에 써달라고 내맡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나눔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수혜대상자들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제대로 돕는 것인지 결정했다 한다.
그녀는 '나눔'그 자체를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는 진지한 공부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사람을 살리는 '아름다운 창조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이 순수한 '나눔'울 통해 그늘진 곳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며 '기부천사'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나눔'으로 인해 우리가 누리는 것에 대한 참된 가치를 알게 되었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까지 생기게 됐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는 60년 전 전쟁의 폐허에서 굶주리며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이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고 G20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치러낸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허전하고 상대적 빈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빈곤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빈곤한 마음과 정신을 채우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은혜 나눔' 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많은 '나눔 봉사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제 우리 모두 빈곤한 마음과 정신에서 참마음을 살려 모든 생명을 아끼고 은혜를 나누며 저물어 가는 한해를 마무리 한다면 다가오는 새해는 더욱 밝고 맑은 세상이 되어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하지 않을까? 다 같이 연마해 보는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