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풀어야 할 2012년 임진년(壬辰年) 과제와 역할

▲ 한일장신대학교 NGO정책대학원 차명제 교수.
지구 종말 또는 인류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옛 마야인들의 달력은 2012년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데 이들이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지 못하고 폭주하는 가운데 위기가 점차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2년 인류는 멸망과 존속이라는 갈림길 위해 서있는지 모를 일이다.

임진년으로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 입힌 임진왜란이 일어 난지 420년이 되는 해이다. 5,000여 년의 유구한 역사 과정을 거치면서 민족의 명맥을 이어 온 우리이기에 해마다 기념하거나 되새겨야 할 국가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무수하다. 그러나 일본 팽창주의 야욕에 의해 전 국토가 짓밟히고 온 국민이 유린당한 임진왜란과 같은 국란 사태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동아시아를 무력으로 정복하려는 이웃 국가의 침략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조선이 당한 비극이 바로 임진왜란이다. 물론 난세에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탄생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광의의 임진왜란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420년 전에 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가능성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대비하자는 일부 식자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던 지도자와 집권층의 그릇된 판단으로 발생했다. 현재 우리도 지도자와 기득권층이 외면하는 사이 위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덕이다가 결국에는 파국에 직면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 위기는 임진년인 올해 더욱 확대되고 심화될 전망이다.

지구적 차원의 문제 우리의 위기상황

국내 문제도 심각하지만 특히 지구적 차원의 문제는 우리의 위기 상황과 직결되어 있으며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를 포함한 환경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99% 운동과 occupy wall street로 대변되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그것이다.

지구 온난화 완화를 위한 제17차 기후변화 당사국회의가 지난 12월 초 남아공의 더반에서 개최되었다. 17차(17년 동안)에 걸쳐 전 세계 19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개발도상국 지원에 대한 논의를 하였으나 2012년에 문닫는 교토 체제를 2017년까지 연장을 포함한 몇 가지 의미 없는 사안에 합의했을 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적 사안을 뒤로 미룬 채 폐회했다.

올해 18차 회의는 한국과 카타르가 치열하게 경쟁 한 결과 카타르가 개최지로 결정되었는데 이 역시 지난 17차와 마찬가지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상이변은 농산물 수확을 감소시켜 식량난을 야기 시키고, 조류 독감과 같은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해수면 상승으로 섬과 저지대를 물에 잠기게 한다. 70억 명인 현재 인구는 40년 후엔 9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고 21세기 말 경엔 120억 내지 150억 명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사막화와 저지대 침수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농산물 수확량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아와 아사자가 발생하고, 우리 인류는 그야 말로 생존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지구온난화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여 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겨우 섭씨 0.8℃가 상승했다. 전 세계의 기상 관련 전문가들 3,000여 명으로 구성된 UNIPCC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다르면 21세기 말 까지 최저 섭씨 2℃에서 최고 6℃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의 삶 변화시켜야

우리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만 겨우 상승폭이 2℃ 정도 될 것이고, 별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6℃ 이상 상승한다는 것이다. 2℃ 정도의 상승폭은 인류가 견뎌 낼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인류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는 온도 상승폭을 2℃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차 더반 회의에서 세계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현재 우리는 겨우 0.8℃의 상승 때문에 이런 기상이변의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자문해 본다면 2℃, 4℃ 6℃는 무엇을 말하는가를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 2℃를 지킨다는 것도 우리가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우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차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2012년에 종료하기로 했던 교토 체제를 2017년까지 연장하는 데에 참가국들은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연장에 반발하여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은 교토체제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2012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6%를 감축하기로 2005년에 약속했으나 2011년 현재 6%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36% 증가시켰다. 즉 6% 감축은 기존의 감축 노력으로는 예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생존은 우리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야 할 것이다. 이는 겨울에는 매우 춥게, 여름에는 매우 덥게, 자동차 대신 자전거, 밤에는 어둡게, 높은 탄소세와 환경세 부담, 제철 농산물 섭취와 원거리 수입 물품 이용 자제 등의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지어 지금까지의 착한 소비, 유기농 소비, 고연비 자동차 이용, 탄소 흡수원인 산림녹화 등의 소극적 형태의 친환경 노력마저도 재검토해야만 할 시점인 것이다. 그 만큼 화석연료 기반의 문명을 더 많이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실현 가능할 터인데,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긴박한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일부 집단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의 위기상황 -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심화

화석연료 기반 문명 포기할 수 있는 용기 필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발전 기회로


99% 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다음으로는 99% 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다. 세계 금융자본의 중심지인 뉴욕의 월 스트리트에서 미국의 젊은 중산층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시위는 현재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자본주의 아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남유럽 국가의 국가부도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일부 자본가들의 탐욕과 자본주의에 내재한 모순으로 국가가 다수가 아닌 이들 극소수의 이익에만 봉사하게 되면서 광범위한 중산층이 붕괴되어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한편 일부 부유층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으로 과거 6:4의 사회에서 8:2 내지 9:1의 빈부의 차가 극대화된 불평등 사회로의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이런 부의 편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복지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대중추수주의, 즉 포풀리즘 논쟁으로 전이·확산되고 있다.

임진년인 올해는 국내적으로도 김정일 사후의 예측 불능의 남북한의 문제와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치루는 그야말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백척간두의 해가 될 것이다.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420년 전, 아니 그 이상의 긴 세월을 통해 진저리 쳐지도록 경험했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일부 소수 집단들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다수인 국민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며, 우리 또한 이러한 역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엄연히 실재하는 위험을 회피한다고, 책임을 미룬다고, 남의 탓으로 돌린다고 그 위험이 해소되거나 축소되지 않는다. 존재하는 위험을 외면하고 대비를 하지 못한 결과 한반도가 전쟁 참화의 온전한 희생자가 되었으며, 장기적으로 명나라가 망하는 동아시아의 질서 변화를 초래했던 임진왜란을 다시 상기해 보며 현명한 선택과 결정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살얼음판과 같은 우리의 현실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극복하고 21세기 선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리고 운명과도 같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오히려 발전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우리 개인과 집단의 지혜와 지성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2012년을 맞이하여 남다른 각오와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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