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석(오른쪽) 교수는 예술심리치료를 통해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 연극치료에서 서로를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내 안에 매듭이 하나 있다. 풀어질 수 없는 매듭. 단단하고 아프다. 마치 내 안에 돌을 넣어 놓은 것처럼… 내안엔 매듭이 하나 있다. 너무 단단해서 그건 날 아프게 한다. 마치 내 안에 돌이 하나 있는 것처럼.'

이 글은 '매듭이 있어요'라는 시(詩)로서 문학치료에 인용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마음의 불편함은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때로는 단단한 돌덩이처럼 삶의 무게로 자리잡는다. 예술심리치료는 이런 마음 안에 있는 불편한 감정을 꺼내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선대학교 상담심리학부 박희석 교수는 19년째 심리극을 이끌고 마음숲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명상, 예술, 심리극과의 만남으로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 빛 고을 광주에서 만난 그는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심리치료를 이끌고 있었다.

내 안의 진실 만나기

박 교수는 조선대학교 박사과정 미술심리치료 워크숍에서 마음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마음이 어때요"라고 첫 인사를 건넨다. 10여명의 참석자들은 "그저 그래요, 우울해요, 기대가 돼요" 등 자기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다. 모든 심리 치료는 마음의 원리를 알아야 가능하다고 결론부터 제시한 박 교수는 "사람은 평생 내 마음안에 있는 원래 주인을 모르고 죽을 수 있다. 표면적인 마음보다 근원적인 마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치료에서 내면의 아이는 상처받은 아이를 말한다. 자아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국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자신을 결정한다. 상처받은 아이는 딱지가 붙혀진 모습으로 자기를 규정한다. 그 내면의 아이로 관계를 설정하고 내적 자기를 표상한다. 때로는 주눅이 든 표상된 자기로 세상을 바라보고 투사한다.

그는 "가장 많은 상담의 주제가 대인관계다"고 언급한 뒤 "내 안의 놀라운 내면의 아이는 본성이다.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말고 관찰하는 자기로 돌아가야 한다. 자기가 느끼는 감정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중심에서 나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주문했다.

상담의 목적은 변화다. 일반적 상담의 도구는 언어이지만, 예술상담의 도구는 예술매체가 도구가 된다. 변화는 정서, 인지, 행동, 신체, 관계 치료 등을 통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술과 음악, 연극을 통해 예술심리치료를 실습했다. 박 교수는 긴장을 이완하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게 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바다를 떠올리십시오. 그 바다는 마법의 바다입니다. 배를 떠올리십시오. 그 배는 마법의 배입니다. 그 배는 특별한 과거의 여행을 시켜줍니다. 나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으로 안내합니다."

다시 과거의 느낌을 이미지화해서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그림의 제목을 정하고 글로 표현한다. 참석자들은 그림의 제목으로 '심연, 자유의 섬, 또다른 안식처, 나의 아기, 역동, 대지, 소녀, 놀라움' 등 마음의 상태를 다양하게 표현했다.

생각을 알아차리고 바라보기

'심연'이라는 제목을 지은 참가자가 연극 치료로 이어졌다. 그에게 물은 안전함, 보호막, 접근 불가로 작용하고 있었다. 물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마음 안의 공간처럼 혼자 있기를 염원했다. 이 문이 열릴 때 또 다른 상처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토로했다. 박 교수는 계속 친구처럼 무의식을 꺼내는 물음을 던졌다. 결국 "그 문에서 언제쯤 나올거냐"고 물었다. 참가자는 "3년 뒤에 나올것이다"고 대답했다. 연극속에서 3년이 흐르고 참가자는 물 밖으로 나온다. 그는 "그냥 이렇게 나올 수도 있구나. 가벼워요"라고 말한다. 세상으로 나온 그에게 "너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굉장한 사람이야. 너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어"라고 꼭 안아준다.

우리는 경험과 기억 때문에 힘들어 한다. 기억속에 있는 나는 과거의 상처 속에 묶여 사는 것이다. 심리극은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정서적 체험을 통해 기억을 교정하고 재구성한다.

박 교수는 "감정 정화만으로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 경계를 바라보는 관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계로 느껴지는 직접적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일어나는 감정, 생각, 슬픔 등을 의도적으로 훈련을 하게 한다"며 "생각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알아차리는게 중요하다. 명상의 마지막 주제는 본성 찾기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심리치료를 통해 내안의 진실 만나기, 고통의 매듭 풀기, 진정한 자기 발견하기, 깨어있는 마음, 지금 이 순간을 깨치기를 염원했다. 결국 초월상담은 본래 마음을 발견하게 해준다. 원래 마음은 매듭도 돌덩이도 없기에 내 삶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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