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인 교무 / 만덕교당(논설위원)
금요일 저녁 새 열반인을 위한 천도재를 지냈다. 재주들과 나눌 다과를 준비해서 정성스럽게 차린 다과상을 앞에 놓고 공양을 들려고 하는데 오늘 천도재를 위해 오신 타교당에 다니는 교도님이 물으신다. "교무님 상을 시트지로 붙이셨어요?" 하신다. "한 번 시트지 붙여 5년 동안 사용하고, 이제 또 붙였으니 아마도 5년 사용할 수 있겠지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비교도인 재주가 놀란 눈으로 내게 묻는다. "원불교는 원래 그렇게 검소해요?" 우리는 한바탕 웃음으로 답했다. 원불교는 원래 검소할까요?

폐기할 상을 5년 동안 잘 사용했으니 미련없이 폐기해도 탓할 사람 없다며 폐기하자는데 교도들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필요하면 상을 더 구입하면 되니 걱정 말고 폐기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상을 버리기엔 아깝다고 대답한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고3때 〈대종경〉 요훈품 35장을 읽고서 생겼다. 대종사님께서는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나니라" 하신 말씀이다. 부모님의 절약과 검소함은 가난하니 생활의 기반을 다지고 많은 자녀들을 가르치자니 어쩔 수 없는 중요한 삶의 태도였다고 생각했다.

원남교당에서 시작한 출가생활은 처음 익힌 것이 편지봉투 뒤집어 고쳐 쓰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편지봉투를 쉽게 버리지 않고 재사용한다. 서류 봉투도 뒤집어 결산법회 시상때 선물포장지로 사용했다. 출가생활 내내 재활용하는 법을 익히고 실천하면서 감동하고 있는 나로 변했다. 경이롭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고, 다행이기도 했다.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이용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아우르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뒤다. 천지만물을 말씀하고 계셨는데, 처음에는 소소한 일상의 물건들에서 그 말씀을 실천하려고 했다. 대상이 천지만물이라는 것을 대종사님의 평소 생활에서 많이 보여주셨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흐르는 물조차 아껴 쓰셨던 대종사님, 솔잎조차 아끼고 내 몸 같이 하셨던 대종사님, 제자들에게는 우주의 주인의 심법을 찾아내 주셨던 대종사님.

대종사님의 가르침은 작은 것에서 우주를 발견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실행하셨고, 그대로 사은신앙이 되었다. 사은님을 부르면 온 우주가 응답한다. 어쩌면 준비할 것이다. 내가 작용하는 것들에 대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우주를 발견하는 나날들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들의 신앙이고 수행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가 그러하니까.

옛날에 비해 많은 것이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나의 편리함과 넉넉함이 마냥 좋을 수 없음을 지구촌은 힘들게 곳곳에서 말한다. 우리가 누리고 싶은 풍요로움과 편리를 위한 개발과 낭비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배우고 또 기도하는 우리다.

법당에 앉아 있는 마음과 일상에서 대하는 마음이 다르지 않도록 하는 것,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이 정의롭도록 하는 것, 소소한 것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소소한 것임을 자각하는 것, 결국에 작은 나로부터 벗어남이 큰 나와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신 대종사님과 스승님들의 가르침이 우리를 일깨울 것이다. 아니 깨어나야 한다. 소소한 가운데 법신불을 발견하는 것이 신앙이고, 철저한 절제와 챙김에서 우리들의 일상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와 만나는 대상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또 같은 나와 만나게 되는 길은 우리들의 몫이다. 알았으니 행하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교당에서 기관들에서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올 해 한 번쯤은 교당안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보자. 그리고 많은 것들을 소중하게 눈으로 마음으로 손으로 쓰다듬어 보자. 그 안에 보물이 있을 것이다. 복록을 장만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지구촌이 사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이용하는 법을 알면 버릴 것이 없다 하신 말씀의 실체는 신앙에서 출발하는 우리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검소함이 또 다른 베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신앙이고 수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는 동안 내 안에 무한히 샘솟는 감사함은 불공으로 이어져서 한바탕 웃음으로 화답하는 원불교인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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